종이 비행기 띄우는 값…필리핀行 27원 항공권도 등장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항공사 간 초저가 항공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잇따른 할인 이벤트로 소비자 편의는 높아지고 있지만 환불규정 등 불리한 약관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최대 저가항공사인 세부퍼시픽은 이날부터 31일까지 인천~세부, 인천~마닐라, 부산~세부, 부산~마닐라 등 4개 노선 편도 항공권을 1페소(27원)에 판매한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을 포함한 총 금액은 3만~4만원가량이다.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 6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며 홈페이지(http://t.4co/wvbhktUr)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이 항공사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1페소 프로모션’을 시작한 이후 이번까지 세 차례 초저가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만큼 싼 가격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마케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종이 비행기 띄우는 값…필리핀行 27원 항공권도 등장
지난 28일 인천~나리타에 취항한 에어아시아재팬도 취항을 기념해 이 구간 편도 항공권을 한시적으로 2000원에 판매했다. 공항세를 포함하면 3만원에 일본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 1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의 일본 계열사인 이 회사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정기적으로 초저가 행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거리 노선에서도 가격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다음달 출발하는 인천~발리 항공권을 편도 20만원에 내놨다. 에미레이트항공도 다음달 10일까지 런던, 로마, 파리 등 유럽 27개 도시 도착편을 대상으로 최대 30%를 할인해주는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외국항공사들의 공세에 맞서 국내 항공사들도 가을 비수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진에어는 31일까지 국제선 노선과 호텔 등 여행상품을 모아 할인하는 ‘진마켓’을 운영, 최대 61%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특가항공권은 환불과 예약취소가 불가능하고 일정을 변경하는 데 지나친 수수료가 부가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 많아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10여개 외국항공사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중이며 세부퍼시픽과 에어아시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출발 14일 전에 취소하면 90% 환불해주는 게 타당하다는 권고안을 냈지만 외국 항공사들은 환불을 거부하거나 비싼 취소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