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가 심한 글로벌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 지연으로 아시아 각국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일본 대지진 등 자연재해와 그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아시아 경제는 올해 1분기에 다시 모멘텀을 찾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심화 등의 여파로 새로운 침체국면을 겪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약화된 성장 탄력도 지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아시아 및 태평양지역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시아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약 5.5%로 주춤한 뒤 내년에는 최대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강한 역풍을 맞아 지난 4월 이후 성장 탄력이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당초 3.0%에서 2.7%로 낮췄다. 이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성장 둔화는 수출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반영해, 내년에 한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3.25%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회복은 글로벌 경기순환과 비슷하게 진행되는 수출과 투자 증가가 주도할 것이다.

IMF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목표 3% 수준보다 낮은 2.25%, 내년 2.75%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요 압력의 감소, 공공기관의 요금 억제 등으로 인해 다행히 아직 안전한 범위 안에 있으나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상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압력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이런 단기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부양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시행할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다. 비교적 적은 국가부채와 낮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실제로 한국의 정책당국은 성장 둔화에 대비해 이미 재정정책 패키지를 도입했고, 올해 정책금리도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0.50%포인트 인하했다. 최근 발표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중기적인 재정건전화를 지속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단기적인 재정적 유연성을 제공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롭지 않은 경기 회복,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과 관련된 장기적인 재정문제를 감안할 때 IMF는 한국 정부의 대응조치가 지금까지 대부분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재정적인 측면에서 급격한 경기하강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다.

금융시장의 대외 취약성은 외환보유액 증가, 단기부채 감소, 외환유동성 불일치 감소, 외자조달처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2008년 이후 상당히 감소했다. 따라서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자금 유입과 유출에 따른 충격에 대처할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관 정부기관들이 참여하는 외환시장안정위원회의 설치와 시장 추이를 관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에 대해 매달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한 안전장치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연착륙 계획을 엄격하게 실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리 및 차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가계부채를 고정금리 할부 대출구조로 전환하는 정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될 사회복지 지출 증가세는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원을 확대하고 일부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경제활동참가율, 특히 여성의 참가율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서비스부문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아눕 싱 < IMF 아시아태평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