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슨 태권도야"

세 딸 중의 둘째딸로 어려서부터 태권도 합기도 등 무술에 소질을 보이던 고은옥 씨(34)가 숱하게 자라면서 들은 말이다.

19살때부터 아르바이트로 경호일을 했던 고 대표는 여성 경호원의 설자리가 없었던 2000년 당시를 회고했다. 아르바이트가 고소득을 올릴 수는 있었지만 경호원으로 정식취업을 하려 할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이같은 상황은 도리어 고은옥 대표가 25살 나이에 겁도없이 여성경호원 전문업체 퍼스트레이디를 스스로 꾸리는데 밑거름이 됐다.

주위에서는 무모하다고들 생각했지만 안된다는 말에 더욱 오기가 생겼다. 대학입학후 첫 등록금과 마지막 등록금만 대주며 자립심을 강조해온 어머니는 "세상에 여자라서 못할 일은 없다"며 격려해줬다.

결국 최초의 여성경호업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각종 방송 등에 소개되고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때마침 흥행에 성공한 영화 '보디가드'의 덕도 톡톡히 봤다.

현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짝맞춰 놀자'고 성희롱하던 남자경호원도 있었지만 고은옥 대표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뺨을 올려붙여 버린 일화도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러시아대통령 고르바초프나 헐리우드배우인 톰크루즈 내한당시 경호를 담당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인터뷰] 고은옥 "경호 아르바이트로 고소득 올리다 고르바초프 경호까지 맡았죠"
지난 2004년에는 최초로 홈쇼핑에서 경호상품권을 판매해 1시간에 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시도는 경호가 특정 부류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일반인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한 가정주부는 이혼소송을 하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면서 경호를 요청하기도 했고 스토커에 시달리며 은둔생활을 하던 20대 여성도 여성 경호원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같은 여성이라서 화장실 등에도 동행하면서 밀착 경호를 할 수 있는 점 등은 장점으로 부각됐다.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서 아내를 보호하다가 같이 매를 맞기도 하고 폭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법적으로 강력대응하면서 의뢰인을 지켰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오는 통에 차에 부딪혀 손가락 신경이 끊어지기도 하고 다리 인대가 파열된 적도 있었지만 보람은 더욱 컸다.

"유명인들의 신변보호보다 일반인들이 여성 경호원을 더 필요로 하는 추세에요.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를 경호하다가 가해 학생과 대화를 하며 중재를 해줬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여성을 때리고 폭언을 퍼붓는 남성들은 보통 자신보다 약자라 생각되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많아요.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의지를 가져야 앞으로 생겨날 피해들을 예방할 수 있죠"
[인터뷰] 고은옥 "경호 아르바이트로 고소득 올리다 고르바초프 경호까지 맡았죠"
각종 강력 범죄로 사회가 흉포화될수록 경호업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범죄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늦은시각 으슥한 골목길을 피하고 심야에 택시를 이용할때는 전화를 통해 자신이 탄 택시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좋아요. 엘리베이터에 낯선 사람과 탈때는 비상벨 위치에 서있도록 하고 지하 주차장 외진 곳에는 주차를 피하세요"라고 조언하면서 아울러 "아이들은 누가 '○○야~ 하고 부르면 자신이 아는 사람인줄 알고 경계를 늦추게 되니 유치원 가방 등에는 절대 이름을 써두지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너네 엄마가 아프다'든가 '강아지 보여줄게' 등의 말에 넘어가지 않도록 평소에 아이에게 늘 사전교육을 해야함은 물론이다.

"솔직히 무술을 배우지 않은 여성이 작정하고 덤벼드는 남성을 당해낼 수는 없어요. 태권도 합기도 등을 호신차원에서 배워두는 것도 좋죠. 아이들에게 이런 무술을 어려서 가르치면 성격도 밝게 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특기와 재능을 살려주는데 부모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죠. 저도 공부보다는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라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소질을 찾아 노력한 결과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된거죠"

현재 퍼스트레이디의 연 매출은 40억원에 달한다. 고은옥 대표의 연봉 또한 창업 초창기에 비해 약 10배로 늘어난 상태다.

"여성경호원의 수요에 대해 아무도 생각을 안할때 수요가 없으면 내가 창출해내자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차린건 정말 잘한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여성경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요. 수많은 자격증을 따느라 치열하게 20대를 보내느라 대학생의 낭만을 못누려본건 아쉽지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일궈낸 지금의 나에게 항상 감사하죠. 제 삶의 키워드는 앞으로도 도전뿐입니다"

고은옥 대표는 내년 여성경호인협회를 발족하고 아울러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활발히 사업영역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또한 활발한 강연활동을 통해 여성창업인에게 멘토링을 해주는 구심적 역할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