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기업의 절반이 예상치에 10% 이상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2%에 그칠 정도로 국내외 경기침체가 심각해진 게 ‘어닝 쇼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선거와 미국 재정벼랑 등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들이 4분기에도 예정돼 있어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닝 쇼크 속출

28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실적 예상치가 있었던 76개 기업의 47.4%인 36곳의 영업이익이 예상치에 10% 이상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나온 결과는 314억원으로, 예상치보다 70.8% 적었다. OCI는 3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예상치에 52.4% 미달했고,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예상치에 35.2% 못 미쳤다. 대우건설 제일기획 에스원 등도 예상치를 10% 이상 밑도는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10% 이상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기업은 삼성전기 LG하우시스 윈스테크넷 아트라스BX 아이디스 대웅제약 동아제약 등 7개뿐이었다. 나머지 33개 기업은 예상치에서 10% 이상 벗어나지 않은 실적을 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7.4%로, 2009년 1분기(6.5%)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3분기 한국 경제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2%로, 2009년 1분기(0.1%) 이후 최저였다.

○실적 부진 장기화 우려

3분기 어닝 쇼크는 ‘낮아진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3분기 어닝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는 “기업 실적이 낮아진 눈높이는 충족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추정치를 미리 하향 조정해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이 낮아진 만큼 실적이 어느 정도 안 좋게 나오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실적이 하향 조정된 추정치에도 못 미치자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하락한 것은 3분기 실적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4분기 회계에 일회성 비용을 대거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4분기에도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끌 동력이 부족하다”며 “세계 경제는 내년에도 ‘저투자→저고용→저소비’의 악순환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일부 경기지표가 반등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2.6으로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전달(47.9)보다 상승했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3차 양적완화(QE3) 등 통화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심리지표를 시작으로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3분기 실적은 과거를 반영한 것이고, 글로벌 경기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재정벼랑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