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링 러시아 보내 분석…5일 있어야 결과 나와
1단 로켓 결함으로 중지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빨라야 다음달 5일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헬륨가스의 누출을 막는 고무링(실링)의 파손 원인을 찾는데 5일가량 걸려 당초 정한 발사예비기한(10월31일) 내 발사는 힘들어졌다.
나로호 발사를 주관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7일 헬륨가스 연결부 고무링 파손에 대한 원인 분석을 위해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앞으로 각각 추가 분석을 진행한다.
나로호는 26일 발사 5시간30분을 남긴 오전 10시께 1단 로켓 터보펌프를 제어하는 데 사용하는 헬륨가스 누출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다. 한·러 연구진은 이날 저녁 나로호를 종합조립동으로 옮겨 정밀 점검을 벌였다. 항우연 관계자는 “한·러 기술진의 정밀 점검에서 파손된 고무링 양쪽 접촉면에 틈이 벌어진 것을 발견했다”며 “고무링 파손으로 틈이 벌어진 것인지, 틈이 먼저 발생해 고무링이 파손된 것인지 선후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러 기술진은 파손된 고무링을 새 부품으로 교체한 뒤 추가적인 압력실험을 실시해 틈이 벌어진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러시아 측은 파손된 고무링을 항공편으로 러시아에 보내 정밀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5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게 러시아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발사 재기일을 11월 둘째주(5~11일) 이후로 보고 있다. 5일 정도 걸리는 러시아 측의 정밀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도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발사일을 다시 통보하는 데 3~4일가량의 시간이 필요해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늘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발사 재개 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파손 원인을 찾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11월 둘째주에 발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철저히 원인을 분석한 뒤 새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발사 재개를 서두르기보다 1단 로켓 전반을 재점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러시아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1단 로켓에 이상이 생긴 것은 보관이나 이송 중 어떤 충격이 가해진 것이 원인일 수 있다”며 “실링 파손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밀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발사를 미룰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날씨 여건도 나빠져 러시아 기술진이 발사를 서두르려고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요구에 쫓기기보다는 충분히 검사한 후 발사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