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이 이 정도로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어닝쇼크입니다.”

한국은행이 3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6%에 그쳤다고 발표한 26일,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33.07포인트나 하락한 전광판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슬금슬금 나빠지던 경기가 급랭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정부 재정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실제 지표는 훨씬 나빴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가들이나 시장이 받은 충격은 컸다.

○카드 대란때보다 낮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1.6% 수준에 머물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도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며 “2003년 카드사태 때도 분기에 최소 1.8% 성장은 했다”고 말했다. 실제 2차 오일쇼크(1990년)와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를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분기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산업별로도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부진했다. 3분기 농림어업과 제조업 성장률은 각각 -0.4%와 -0.2%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0.1% 성장에 그쳤으며 건설업은 2.9% 성장했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 상무는 “건설업의 성장폭이 컸던 건 정부 재정지출 효과가 있었던 데다 전 분기 성장률이 -2.7%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출항목에서는 설비투자 급감이 눈에 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경제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멀어진 2.4% 성장

한은은 지난 11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연간 2.4% 성장을 위해서는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1.3%(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작년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성장률이 1%를 밑돈 추세를 볼 때 4분기에 1% 이상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유럽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4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한다면 올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연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0년과 1998년, 2009년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다만 유로존과 미국이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선 덕에 4분기는 3분기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내달 초 나올 10월 수출 증가율은 작년 10월 수준이거나 소폭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산업활동동향도 8월에 비해서는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분기에 개선된다 하더라도 그 폭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상무는 “실질적으로는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로존 위기가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나 소비, 투자 모두 큰 폭의 개선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재정벼랑 가능성과 중국의 성장 부진 등도 여전한 부담이다.

소비심리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8로 전달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선인 100을 3개월째 밑돌아 ‘부정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