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에서 뛰쳐나와 접근성 좋은 곳으로 분리·이전

대학 캠퍼스는 넓다. 학교를 처음 찾은 수험생들은 캠퍼스 약도를 한참이나 들여다봐야 한다. 대입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거나 면접을 보러 온 수험생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입시철 서울 유명 대학들의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수년 새 대학들은 입학처를 '전진 배치' 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편의를 고려해 입학 담당 부서를 캠퍼스 내에서 접근성이 좋은 위치로 이전하는 추세다.

통상 대학의 각종 행정부서는 학교 본관에 자리 잡고 있다. 총장실을 비롯한 기획처, 교무처, 총무처 등 주요 부서가 밀집해 있다.

학교 입학처도 본관에 위치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입학처가 독립해 별도 건물로 이전한 경우가 많아졌다. 행정 중심에서 수요자인 수험생 중심으로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입학처가 본관과 떨어진 백주년기념관에 들어섰다. 연세대 본관은 학교 정문에서부터 도보로 10~15분이 걸릴 만큼 거리가 있다. 반면 백주년기념관은 학교 정문을 들어서 우측에서 첫 번째 있는 건물로 접근성이 훨씬 낫다.

고려대는 지난해 10월 입학처의 위치를 중앙광장 지하에서 미디어관으로 옮겼다. 두 곳 모두 캠퍼스 한가운데 자리 잡은 본관보다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못지않게 안암역에서 학교로 걸어오는 숫자가 많은 점이 이번 이전에 영향을 끼쳤다.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은 "중앙광장은 고려대역에서, 미디어관은 안암역에서 가깝다" 고 설명한 뒤 "거리도 가깝고 입학처가 '학교의 얼굴' 이기도 한 만큼 지하보다는 캠퍼스를 걸어오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잘 보이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이 입학처가 분리·독립되는 트렌드에는 여러 부서가 몰려 있는 본관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서강대 입학처도 접근성이 뛰어난 동문회관(아루페관)에 자리잡고 있다. 2호선 신촌역에서 오는 정문 쪽에서도, 6호선 대흥역과 인접한 남문 쪽에서도 가깝다.

서강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몰리는 입학처의 업무 특성상 공간이 많이 필요해 동문회관 1개 층을 통째로 사용중" 이라며 "본관까지 오려면 꽤 걸어야 하지만 입학처는 학교 문 인근에 있어 대흥역에선 도보 5분 거리이고 신촌역에서도 가까운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입학처가 본관에 함께 있다. 하지만 두 대학 모두 본관의 접근성이 좋다. 성균관대는 본관이 정문 기준으로 첫 번째 있는 건물이며 한양대 본관도 2호선 한양대역 전철 입구에서 가장 가깝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입학처가 별도 건물로 이전하지 않고 본관에 있는 점은 다르지만 거리상 가까운 점은 같다" 며 "입학처는 외부 대민 업무가 많고 수험생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학교 전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아예 입학 업무를 관할하는 별도 '입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역시 학교 정문에서 오른쪽 첫 번째 건물로 수험생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

지금은 입학처가 본관에 있지만 이전 계획을 세운 곳도 있다. 중앙대가 대표적이다.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학교 공간이 여유 있는 편이 아니라 아직 입학처가 본관에 있다" 며 "본관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지만 수험생들이 찾기 쉽도록 신축중인 건물 가운데 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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