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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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맛과 멋을 뽐내는 한식, 정부가 2009년부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홍보와 컨설팅만 제공할 게 아니라, 국내 사업부터 내실을 다지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산업적 측면의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채주연 기자입니다.
서울의 한 특급 호텔. 전망좋은 꼭대기층엔 한식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33년 전 호텔 개관과 함께 지하에 문을 열었지만 지난 2010년 50억원을 투자해 꼭대기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리뉴얼 이후 달라진 것은 매출과 고객층. 한때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을 뻔 했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 평균 매출이 2.5배나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고객도 아시아권 주류였던 것이 미주,유럽권 고객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지인규 /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헤드매니저
"모던하게 새로 디자인한 음식들이고, 접대하기에 좋은 음식들입니다. 음식이 모던해지다 보니까 외국인 입장에선 드시기 편해서 외국인 고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녁엔 7:3, 8:4 비율로 외국인이 많습니다."
현재 서울시내 특1급 호텔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단 네 곳 뿐입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천만명에 달하지만, 정작 외국인이 투숙하는 특급호텔엔 중식, 일식당만 들어서 있는 겁니다.
호텔들은 한식당이 다른 음식보다 수익성이 떨어져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호텔업계 관계자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죠 사실. 원재료비도 높고, 한식당을 찾는 비중, 선호도가 다른 업장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정부가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엔 1억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했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수익을 따져보면 1억원을 받고 손실이 나는 것보다 없는 게 낫다는 판단에 호텔들은 한식당 운영을 꺼리고 있습니다.
관광객은 늘어가는데, 한식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2009년부터 정부의 한식 세계화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한식재단은 향후 한식거리 조성 등을 추진해 국내에서 한식의 영향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김홍우 / 한식재단 사무총장
"농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체험마을 사업이 있는데 그런 곳들을 한식마을로 추가로 지정해서, 외국인 여행사들이 관광 코스로 한식마을 방문하게 되면 세계 확산속도가 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식의 매력을 알려야 해외에서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섭니다.
외국인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음식 이름 표기법을 통일하는 등 세계화를 위한 기본틀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홍우 / 한식재단 사무총장
"해외에서부터 제대로 정형화 된 식당모형을 재창출해서, 그게 다시 국내로 파급돼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식 세계화 사업이 4년째 진행되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한식 세계화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769억원.
사전 현지조사나 의견 수렴 없이 미국 뉴욕에 50억원을 들여 플래그십 한식당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등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예산만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식 메뉴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업체들은 규모만 크게 밀어붙일 게 아니라 표준화된 조리법, 현지화 전략 등을 꼼꼼히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비빔밥으로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과 영국에도 진출한 CJ푸드빌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를 개발했습니다.
서양인들이 샐러드를 즐겨먹는 것에 착안해 샐러드 형태의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5개국에서 11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동·서양 국가에 따라 맞춤 메뉴를 선보입니다.
밥은 물론 고추장과 쌈장, 참기름 등 소스류를 1인분씩 정량으로 표준화 해 포장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매장을 가도 같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황재규 / CJ푸드빌 홍보팀
"한국 식문화 세계화라는 사업철학을 실현하고 글로벌 식품 외식브랜드로서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영국 주요 일간지가 "현대적이고 캐주얼한 한국 대표 레스토랑"으로 소개했고, 미국 등 다양한 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한식 세계화는 수출은 물론 관광,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인 성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최근 달아오른 한류열풍과 관광객 증가는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에 이미 많은 예산을 소모한 만큼 이제는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각종 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경제TV 채주연입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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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