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한 중국 회사가 페루에 있는 산 하나를 샀다. 토로모초라 불리는 4500m 높이의 이 산에는 20억t의 구리가 매장돼 있다. 단일 구리 매장지로는 세계 최대다. 30억달러를 들여 확보한 이 산의 채굴권은 중국인 손에 넘어갔다. 1년 뒤 이 회사는 호주의 알루미늄 광산 지분을 사들이는 데 130억달러를 썼다. 2009년 6월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은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에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아덱스 석유를 72억달러에 사들였다.

《승자독식》은 전 세계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자원 매집 열풍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앞으로 수십년은 대규모 자원 부족 사태로부터 야기될 세계적인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미 자원 싹쓸이에 나선 중국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세계 각국 국민들의 삶은 중국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8년 중국은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 항구 그리스 피레우스항의 2개 부두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권을 따냈다. 중국 국유 해운회사인 코스코 퍼시픽은 43억유로를 들여 35년에 걸쳐 이 항구의 처리 용량을 250%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저자는 “중국은 미래의 자원 부족 문제에 경제적·정치적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접근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아프리카 동유럽 남아메리카 같은 지역의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고 학교와 병원을 인수하고 있으며, 도로와 철도 같은 사회 기반 시설 건설에 돈을 대고 있다. 중국의 이런 투자방식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보다 더 환영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 자원 확보에 매달릴까. 저자는 중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8억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위험할 정도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모든 정책 목표를 빈곤 퇴치와 경제 성장에 맞추고 있다는 것. 저자는 “만일 중국 정부가 경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목격된 것과 같은 정치적 봉기와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은 내부의 혁명을 피하기 위한 경제적 질주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중국이 자원 구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미 수요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엄청난 구매력은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자원 가격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자원을 나누거나 팔기를 꺼린다면 세계 자원의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 각국이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기 시작하면 정치적 불안정과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저자는 자원 부족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몇 가지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하나는 중국이 이미 인프라 건설을 끝냈다는 견해다. 중국이 건설에 투입할 철광석 같은 금속과 광물 소재에 더 이상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자원에 대한 압력이 진정되고 자원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예측은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돼 더 이상 세계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원 부족 위기는 피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종류의 세계 경제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시나리오를 모두 대비해야 미래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