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증권사의 소액채권 담합이 오는 31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증권가에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 당장 담합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 “7년5개월간 담합”

공정위 "20개 증권사 소액채권 금리 담합…CD금리 담합 조사도 탄력 받을 듯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증권사는 2004년 3월 말부터 2011년 8월까지 소액채권 금리를 유리하게 조작했다.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 전인 매일 오후 3시 반께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미리 금리를 합의했다는 것. 담합 대상은 국민주택채권 1, 2종뿐 아니라 자동차 등을 구입할 때 내야 하는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담합 증거로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에 써낸 국민주택채권 금리 중 동일 금리 비율이 2004년 담합 이후 급격히 높아진 점을 꼽았다. 2003년 32%에 불과하던 동일금리 비율이 2004년 이후 80~90%대로 뛰었다. 증권사들이 메신저로 주고받은 내용도 증거로 제시됐다. 한 증권사 담당자는 2008년 11월 “지역(개발채권)은 스프레드 더 벌립시다”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증권사 담당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하시죠? 약세장에서는 스플(스프레드) 더 벌려야죠”라고 답했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증권사가 매입하는 채권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증권사가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과 과징금 규모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증권사 해명을 들어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액채권 담합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공정위가 현재 진행 중인 CD금리 담합 조사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 모두 금융권의 금리 담합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CD금리의 경우 증권사는 물론 은행들까지 연루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국민주택채권 조사 결과가 CD금리 조사 결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사 “메신저 교환은 관행”

증권사들은 일단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 31일 전원회의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억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최종 결정이 가혹하게 내려질 경우 법정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A증권사 관계자는 “20개 증권사가 모두 조직적으로 참여했다기보다는 과장이나 차장, 대리 등 실무진의 의견 교환이 있었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걸 담합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메신저로 호가를 교환하는 것은 관행인데 공정위가 법 조항을 들이밀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조항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 직원들이 메신저 등을 통해 금리 정보를 교환한 사안”이라며 “검찰 고발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주용석/이상열/이태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