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아시아 16개국 경제통합 참여 선언…양자에서 多者로…FTA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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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FTA 협상과 병행…타결엔 시간 걸려
한국은 다음달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중·일 3국 간 FTA와 별개로 아세안 등 동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할 예정이다. 두 협정 모두 역내 국가 간 무관세 교역을 꾀하는 시도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EU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지역 경제통합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U 능가하는 경제 규모
한국이 RCEP 등 동아시아 경제 통합 추진에 적극 참여하기로 한 것은 역내 교역 규모 급증으로 다자 간 FTA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1~3위 교역 대상국인 중국 아세안 일본이 RCEP에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RCEP 논의는 아세안이 이끌어가고 있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미 10개의 FTA를 체결한 한국으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넘어올 것이라는 전략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아세안 10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의 역내 무역 규모는 10조1310억달러로 전 세계의 27.7%를 차지한다. 참여국들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총 19조7640억달러로 EU(17조5100억달러)보다 많다.
인구는 3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48.7%)이 모인 초대형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RCEP 협상이 타결될 경우 10년 뒤 한국의 실질 GDP는 1.21~1.76% 늘어나고, 후생 효과도 최대 194억56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중·일 FTA가 관건
동아시아 경제 통합을 위한 협상 물꼬는 텄지만 RCEP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한·중·일 FTA가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3국 간 경제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RCEP도 추진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국이 RCEP 협상과 한·중·일 FTA 협상을 동시에 병행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RCEP는 양자 간 FTA보다 시장 개방 수준이 낮은 느슨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역내 무역 자유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중·일 FTA의 개방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TPP 참여는 ‘보류’
RCEP는 미국 주도로 추진 중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견제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TPP에는 현재 미국은 물론 멕시코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TPP 협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한·미 FTA가 발효된 데다 미국을 제외한 TPP 참여국들의 시장 개방 의지가 낮아 서둘러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TPP는 향후 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참여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교역 규모가 크고 미국 EU 등 역외 경제권의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RCEP 협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