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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 '임원경제지'를 고대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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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조들 생활상 모은 방대한 책
    한국 전통사회 이해하는 지름길
    소장학자들 번역노력 결실 보길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
    서유구(1764~1845)의《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가 나왔다. 1631쪽이나 되는 책이지만, 아직 한문 원본을 모두 번역해 낸 것은 아니다.

    9년 전 젊은 과학사학자 정명현 등 30여명이 모여 ‘임원경제지연구소’를 만들고 거기서 시작한 연구와 번역 작업을 소개하는 책을 낸 것이다. 그동안 서울대에서 1966년에 고전총서로 영인본을 간행한 적이 있다. 그들은 이번 책에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이란 부제를 붙이고 있는데, 이 책을 모두 번역해 내려면 앞으로도 족히 10년은 걸릴 듯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2세기 전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모두 모아 이 책으로 정리해 놓았다. 의식주를 비롯해 연관된 천문역법, 문방구와 취미생활, 그리고 예절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모든 측면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전원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기예와 취미 등이 꼼꼼히 담겨있다. 학자라면 누구에게나 탐나는 작품이었지만, 아무도 113권 52책이나 되는 이 필사본을 번역할 엄두를 못 냈기 때문에 오늘까지 방치돼 왔다.

    아마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띌 듯하다. 책 제목의 ‘경제’란 말이 요즘 우리에게는 사뭇 생소하니 말이다. 말하자면 ‘한국경제신문’의 ‘경제’와《임원경제지》의 ‘경제’는 제법 다르다. 따지고 보면 경제란 말은 시대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바뀌면서 오늘에 이른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것 말고도 선조들의 책 가운데에는 홍만선(1643~1715)의《산림경제(山林經濟)》같은 비슷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훨씬 앞선 정도전의《경제문감(經濟文鑑·1395)》이나 조준의《경제육전(經濟六典·1397)》에 나오는 ‘경제’는 지금과는 전혀 달리 정부의 구조와 기능을 가리킨다. 이들이 뒤에《경국대전(經國大典)》으로 발전했음은 물론이다.

    500년 전까지는 ‘경제’라면 경세제국(經世濟國) 또는 경국제민(經國濟民) 등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정치적 함의를 우선하고 있었다. 그것이 200년 전에는 지금 우리의 경제에 좀 가까워진 용어로 바뀌었다.

    원래 한자문화권에서는 1600여년 전 중국 진나라 때 학자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 처음 이 단어가 나온다. 물론 정도전이나 조준이 쓴 뜻의 그 ‘경제’다. 그런 거창한 의미의 경제가《임원경제지》등을 거쳐 오늘의 용어로 등장한 것은 일본 주도로 서양 용어가 옮겨져 생긴 현상이다.

    간다(神田孝平·1830~1897)는 1867년 영국의 경제학을《經濟小學》이란 제목으로 번역했다. 같은 때 후쿠자와(福澤諭吉) 역시 미국 경제학을 소개하며 ‘경제’란 용어를 썼다. 영국 윌리엄 엘리스의 책 《Outlines of Social Economy》(1846)와 미국 프랜시스 웨일랜드의 책《The Elements of Political Economy》(1837)를 옮긴 것이었다. 원래 ‘사회경제’와 ‘정치경제’라고 서로 다른 표현이었지만, 모두 ‘경제’라 옮긴 셈이다. 당시 서양학자들은 주로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란 표현을 썼는데,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조세의 원리》(1817),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학의 원리》(1848) 등 아주 예가 많다.

    어쨌거나 150년 전에도 벌써 ‘사회경제’란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오늘날에는 사회경제란 사회주의 경향을 말하기도 하지만, 주로 제3섹터의 경제 또는 지역경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본중심’ 경제가 아니라 ‘인간중심’ 경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경제’란 것이 관점에 따라 달라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대선 출마자들이 똑같이 ‘경제 민주화’를 말하지만, 그 정체를 알기 어려운 것도 그런 관점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이들 소장 학자가 과연 10년 후에라도《임원경제지》를 완전히 번역해 낼 수 있을 만한 경제적 뒷받침을 얻을 수나 있을까 그것이 더 걱정이다. 정말로 다 번역해 내놓는다면 한국 전통사회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활짝 열릴 터인데 말이다.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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