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3일 장중 1100원까지 하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1100원 선 붕괴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원70전 내린 1101원50전에 출발해 장초반 1100원까지 밀렸다.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미세조정)성 달러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낙폭을 축소해 전날보다 1원10전 내린 1103원10전에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달러당 1100원까지 떨어진 건 지난해 10월31일 이후 1년 만이다.

전날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이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며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이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엔화 약세를 예상해 엔화를 팔아 생긴 달러로 원화를 사는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OMT)과 미국 일본의 양적완화 이후 원화 강세는 기조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3차 양적완화 발표(9월13일)를 전후한 8~9월 두 달 동안 외국인은 총 8조5800억원어치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며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역외시장 참여자들이 환율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조만간 1100원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상수지 흑자를 비롯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환율이 적정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평균환율을 달러당 1080원으로 제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