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AP)를 파운드리(수탁생산) 방식으로 생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프리 입 퀄컴 부사장(사진)은 2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가 퀄컴 칩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개막한 ‘반도체 차세대기술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퀄컴은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유율 38.8%(2분기 기준)로 7분기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세계 최대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다. 칩 생산은 대만 TSMC에 위탁했으나 TSMC가 28나노 공정에서 수율을 높이지 못해 그동안 칩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은 지난 4월 기업설명회에서 “공급난이 올 2·3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다른 파운드리를 찾고 있다”고 밝힌 뒤 삼성전자와 접촉해 왔다.

입 부사장은 퀄컴의 성공 비결로 ‘낮은 소비전력을 갖춘 통합칩을 만드는 기술’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점점 더 많은 기능을 원하지만 배터리 수명은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 부사장은 불황 속에서도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스마트폰이 확산되며 모바일 AP 사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개도국에서 스마트폰을 확산시키려면 비용 효율성을 높여 싸고 좋은 칩을 내놓아야 한다”며 “퀄컴은 하나의 칩에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칩, 통신칩, 커넥티비티칩 등을 모두 넣는 디자인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 부사장은 모토로라 AMD 등에서 반도체 개발을 담당하다 2004년부터 퀄컴에서 일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