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한풀 꺾여…추가 금융완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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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달러당 80엔대
일본 엔화 가치가 모처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가 추가 금융완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0엔대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80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월6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77엔대였던 지난달 말에 비해서는 한 달 새 2엔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뭄 속의 단비”라고 표현했다. 엔고(高)로 고통받던 일본 수출기업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는 의미다.
엔화 가치 하락의 출발점은 일본 정치권이다. 최근 들어 일본 정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추가 금융완화 조치에 몰두해 있다. 정치권의 요구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매입기금 규모 등을 늘리면 엔화 가치는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한발 앞서 엔화를 팔아치우는 이유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에 국채매입기금 20조엔 증액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경제재정 담당상이 선봉장이다. 그는 지난 5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 직접 참석하기까지 했다. 금융완화 조치에 소극적인 일본은행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채매입기금으로 외국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야당인 자민당은 강도가 더 세다. 아예 선거 공약으로 ‘엔고 저지’를 내걸었다. 태생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자민당이 집권하면 민주당 정권보다 더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거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정치권의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무역수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2일 발표된 일본의 2012회계연도 상반기(4~9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엔고를 방치했다가는 일본 수출기업들이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대형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201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는 뉴스도 엔화 가치 하락에 기여했다. 소프트뱅크가 매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달러 매수’ 주문을 대량으로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엔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거드는 요인이다. 주택 및 고용 관련 미국 거시지표도 양호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책이 발표될 때까지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0엔대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80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월6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77엔대였던 지난달 말에 비해서는 한 달 새 2엔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뭄 속의 단비”라고 표현했다. 엔고(高)로 고통받던 일본 수출기업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는 의미다.
엔화 가치 하락의 출발점은 일본 정치권이다. 최근 들어 일본 정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추가 금융완화 조치에 몰두해 있다. 정치권의 요구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매입기금 규모 등을 늘리면 엔화 가치는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한발 앞서 엔화를 팔아치우는 이유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에 국채매입기금 20조엔 증액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경제재정 담당상이 선봉장이다. 그는 지난 5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 직접 참석하기까지 했다. 금융완화 조치에 소극적인 일본은행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채매입기금으로 외국 채권을 사들여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야당인 자민당은 강도가 더 세다. 아예 선거 공약으로 ‘엔고 저지’를 내걸었다. 태생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자민당이 집권하면 민주당 정권보다 더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거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정치권의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무역수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2일 발표된 일본의 2012회계연도 상반기(4~9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엔고를 방치했다가는 일본 수출기업들이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대형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201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는 뉴스도 엔화 가치 하락에 기여했다. 소프트뱅크가 매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달러 매수’ 주문을 대량으로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엔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거드는 요인이다. 주택 및 고용 관련 미국 거시지표도 양호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책이 발표될 때까지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