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4배 성장…종목·거래대금 亞 1위…코스피200 추종 10년 수익률 256% '쑥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탄생 10주년 맞은 ETF
도입 10년을 맞이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 환경을 바꿀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2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매매가 쉬우며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주식시장의 판도를 바꿔가고 있다.
○성장세 거침없는 ETF
올 들어 주식형펀드에서 5조원 이상 환매가 일어난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펀드 투자심리는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에도 ETF의 순자산총액은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3조4000여억원(34.3%) 증가해 13조3000억여원으로 불어났다.
직접투자나 펀드투자로 인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ETF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늘면서 도입 첫해 4개 종목에 불과했던 상품 수는 어느덧 130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졌다. 출범 10년 만에 전 세계 ETF 상품의 2.8%가 한국시장에서 운용될 정도로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02년 순자산 3907억원으로 시작한 국내 ETF 시장은 2006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상장종목 수와 거래대금 기준으로 아시아 시장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상장종목 기준으로는 32배, 자산 기준으론 34배 늘었다.
국내 ETF의 연평균 순자산 성장률은 44%로 글로벌 시장의 평균 순자산 성장률(28%)을 크게 뛰어넘는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던 2008년에도 ETF의 순자산 규모는 꾸준히 느는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성장잠재력도 크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시각이다. 거래소는 2020년까지 국내 ETF시장이 순자산 120조원 규모로 커지고 상장종목 수가 350개에 달하는 글로벌 7대 ETF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증시에는 15개 운용사가 130개 ETF 종목을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올해 들어서만 24개 종목이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ETF시장의 순자산 총액도 2002년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0.1% 수준에서 8월 말 현재 1.2%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는 코스피 시총순위 14위 KB금융(1.32%)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했던 게 지난해 말에는 7%대(6817억원)로 증가했다. 올해 8월 말에는 유가증권시장 내 ETF 거래대금 비중이 15.6%로 전년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개장 초기 코스피200지수에만 머물던 기초자산의 종류도 2000년대 중·후반에는 업종, 해외지수, 채권, 인버스펀드로 다양해졌고, 2010년 이후엔 레버리지, 상품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참여계좌도 2002년 1만개에서 올해 38만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ETF 투자가 대중화시대에 진입했다는 게 거래소의 평가다.
○ETF 인기배경은
2007년에 최고조에 달했던 펀드투자 열풍이 누그러진 이후론 ETF가 증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로운 자금유입원을 찾아나선 자산운용사와 주식거래대금 감소로 고민하던 증권사 입장에선 ETF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TF 인기의 배경에는 뛰어난 장기수익률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10년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평균 256.0%(지난 9월 말 기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의 ETF인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200’의 같은 기간 누적수익률은 333.85%에 달했다. 반면 정기예금(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기준)의 수익률은 54.5%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수익률(KB국민은행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 기준)이 42.1%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ETF만한 장기투자 대상도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ETF들은 올해 8월 평균 1.40%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78개 종목이 상승했고, 4개 종목이 보합이었다. 하락한 종목은 47개다. 국내주식형 ETF의 경우 8월에 1.88%의 평균수익률로 코스피지수 상승률(1.23%)보다 0.6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창의적·혁신 상품 더 늘어야”
전문가들은 국내 ETF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점을 과제로 지적한다. 코스피2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전통적인 ETF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지금보다 다양한 상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야 투자자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별도의 판매망이 없는 ETF의 특성상 투자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요 기반을 늘릴 필요도 있다. 거래소는 ETF 투자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보호 강화 등 안정적 시장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상장종목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품 유형별로 시장을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에 대한 ETF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안정화 장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ETF 상장 규모요건을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높이고, 소규모 저유동성 ETF의 자진 상장폐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실물을 직접 편입하는 대신 장외스와프 등을 이용해 해외지수와 실물자산 등을 추종하는 합성복제ETF가 상장될 수 있도록 위험관리 기준 등을 거래소 상장규정에 조기에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상장심사의 일관성 및 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유형의 ETF 상장에 대비해 질적심사 기준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홍콩 일본 등 주요 아시아 투자은행(IB) 및 운용사와 협의를 통해 상품성 있는 해외ETF의 국내 교차상장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