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이 22일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건전성 확보방안을 마련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가계부채 및 기업대출 부문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부실이 국내 금융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전 은행을 대상으로 통일된 특정 시나리오를 적용,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외환위기 시, 2008년 금융위기 시, 현재 상황 등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과 위험가중자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은행들의 자본 확충이나 배당 요건 등의 판단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스크 요인이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보험사 카드사 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장기자산 운용 비중이 큰 보험업에 대해선 건전성과 수익성 변화를 꼼꼼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금융권의 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금리가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는 등 외부 변수가 급격히 변하고 있어서다.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수수료 및 기준금리 인하 압박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은행권의 수익성은 4000억원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권 원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및 내수경기 침체 등에 대한 금융권의 선제적 대응도 주문했다. 권 원장은 최근 발생한 기업 구조조정 과정의 미비점과 관련,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고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해 부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웅진사태 이후 자금조달시장에서 신용평가등급이 낮은 회사들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은행들은 최근 주요 대출 현황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업종 위주로 관련 대출을 회수해야 할지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우선 지원업종·선별지원업종·특별관리업종 등 세 가지로 기업을 분류한 뒤 건설·조선·해운·정보기술(IT)·부동산임대업·골프장 등 특별관리업종은 대출 회수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건설·조선과 음식·숙박업 등을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해 이 중 일부를 ‘고위험영역’으로 선정, 사전 관리에 나섰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

■ 스트레스 테스트

경기침체 등 외부충격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들에서 금융시스템이 받게 될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테스트 결과는 갑작스런 경기 변동에 대비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