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이 가산세의 종류와 산출 근거를 기재하지 않고 ‘가산세 OOO원’으로만 단순 표기해 고지서를 발송해온 관행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가산세란 불성실 신고 등의 이유로 원래 세금에 덧붙여 추가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번 판결은 과세당국이 가산세의 종류 및 종류별 세액이 정확히 얼마인지까지도 자세히 기재한 고지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첫 법원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납세자 박모씨(37) 등 3명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납세고지서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18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납세자가 고지서를 통해 본세와 가산세 등 각 과세처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건 당연한 원칙”이라며 “가산세 합계액만 기재해 놓고, 납세자에게 알아서 법전을 찾아보라고 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현재 과세당국은 고지서 하나로 본세와 여러 종류의 가산세를 함께 부과할 경우 본세에 대해서는 세액 등을 밝혀두지만 가산세는 단순 합계액만 기재하고 있다. 하지만 가산세는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부과기준 및 산출근거도 제각각이어서 납세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내야 하는 가산세에 대해 파악하기 쉽지 않다.

과세당국이 이번에 대법원이 지적한 문제를 시정한 고지서를 다시 발송하면 가산세를 부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재판부는 본세와 가산세가 모두 부과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