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붙이고 떼어내고 '트랜스포머 경영'…반도체장비 자회사 3개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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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메스·세크론·지이에스 합쳐 매출1조 회사로
LCD 분사·광통신 합병…삼성전자 '불황 대비'
LCD 분사·광통신 합병…삼성전자 '불황 대비'
삼성전자가 불황에 대비해 합병·통합 등 자회사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삼성광통신을 합병키로 한 데 이어 세메스 등 반도체 장비 자회사 3곳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도 조만간 합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기를 맞아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는 시각과 ‘경제민주화’ 등을 의식해 비주력 계열사 수를 줄이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출 1조 반도체 장비 업체 출범
삼성전자가 89.01%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 세메스는 세크론(삼성전자 지분율 92.15%), 지이에스(100%)와 합병키로 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이들 3개사는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승인을 받은 후 내년 1월 합병할 예정이다.
세메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세정, 식각, 증착 등 전공정 장비를 만드는 세계 19위 장비업체다. 세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만들며, 지이에스는 반도체 설비를 개조하는 업체다. 세메스와 세크론은 삼성전자가 1990년대 초 장비 국산화를 목표로 일본과 합작해 세웠으나 최근 합작 관계가 청산됐다. 지이에스는 2009년 삼성전자 100%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99%에 이른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에 대비해 몸집을 키우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합병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이들 3사의 통합으로 연간 매출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장비 업체가 처음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세메스(7032억원)와 세크론(2096억원), 지이에스(394억원)의 지난해 매출을 더하면 총 9522억원이다.
○끊임없는 변신
삼성전자는 올해 인수·합병·분사 등 활발한 자회사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를 분사시킨 뒤 7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더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다.
지난달엔 100% 자회사인 삼성광통신을 흡수키로 결정하고 오는 12월1일 공식 합병한다. 터치스크린, 카메라모듈 등 모바일용 부품을 내재화해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지난 8월엔 광디스크드라이브(ODD)를 만들어 공급해온 필리핀 생산법인(SEPHIL)을 한국 옵티스에 매각했다.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을 내년 초 합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 8곳은 이미 지난 7월 삼성전자 해외법인에 통합됐다. 현재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전자가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삼성메디슨이 초음파진단기기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쟁력을 높이고,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는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해왔다”고 말했다.
세메스 등 3사의 합병 배경엔 자회사 축소란 의미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계열사 확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일면서 지난 5월 LG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7곳을 올해 내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세메스 등 3사는 삼성그룹 국내 계열사 78곳(2011년 말 기준)에 포함돼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