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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500만원만 번다?… 자영업자 소득 은닉, 한국 복지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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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창간 48주년 특별기획 - 누더기 복지기준, 국민만 괴롭다
    (5·끝) 도마위 오른 소득파악 시스템

    자영업자 600만 육박
    "1억 벌면 4800만원만 신고" 중소업체 탈루율 80% 넘기도…빈곤층 소득은 실시간 파악

    소득 재분배 효과'뚝뚝'
    저소득층으로 갈 혜택 빼앗고 정책 신뢰성 악화시키는 셈…부처간 정보공유 강화해야
    1년에 500만원만 번다?… 자영업자 소득 은닉, 한국 복지 망친다
    “기초수급자 탈락 비관해 자살.”

    가끔씩 언론에 나오는 뉴스다.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월 149만원)를 겨우 넘기면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해 각종 복지혜택을 박탈당한다. 1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사위가 겨우 취업을 해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탈락한다. 2010년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 가동되면서 탈락기준은 더욱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연간 150만명을 웃돌던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숫자는 최근 130만명대로 줄었다. 올 들어 각종 복지혜택을 박탈당한 사람들만 14만명에 이른다.

    저소득층의 민원이 빈발하자 정부는 올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다. 부양의무자 소득이 최저생계비 120% 이상이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보던 것을 180%로 완화했다. 또 내년부터 주거용 주택에 대한 소득환산율도 4.17%에서 1.04%로 낮추기로 했다. 수급자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OECD “한국 자영업자 소득 40%만 신고”

    하지만 소득파악 문제의 가장 큰 복병은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다. 복지제도가 빈곤층에서 소득하위 70% 등 중산층과 서민을 아우르는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자영업자 소득파악의 정확성 여부가 복지제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판가름할 변수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소득파악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은 자영업자의 과세포착률(실제 번 소득 중 과세 대상 소득으로 국세청이 파악한 소득)이 70%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벌어들인 소득 중 30% 이상이 포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세무서의 소득신고 담당 관계자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1년 소득을 500만원이라고 신고하는데 도대체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해 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조세와 복지 제도가 불평등과 빈곤을 타파하는 데 OECD 국가 중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40%에 불과하다는 점을 꼽았다. 조세연구원보다 소득파악률을 훨씬 낮게 본 것이다.

    ○기록적 소득탈루율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제대로 소득을 신고한 사람들만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득하위 70% 기준처럼 소득을 상대평가해 복지대상자를 가리는 제도에서는 어느 한 사람의 허위소득 신고가 다른 사람의 복지혜택을 빼앗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정책 전반에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종합소득세 납부의 자료가 되는 소득탈루율(실제 번 소득 대비 탈루 소득 비율)은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입금액 1억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은 2010년 71.6%에 달했다. 5억원 미만 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은 54.8%였다.

    고소득 자영업자들과 영세·중소 법인들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은 금액 기준으로 평균 48.0%에 달했다. 1억원을 벌었으면서도 소득신고는 4800만원만 한다는 얘기다. 법인형 자영업을 포함한 중소 규모 법인들은 더하다. 2010년 수입금액 5억원 이하 중소업체의 법인세 소득탈루율은 78.4%에 달했다. 수입금액 5억~10억원인 중소기업의 탈루율은 무려 85.2%였다. 대부분 이익을 감췄다는 뜻이다.

    ○부처 간 협력 강화해야

    소득뿐 아니라 복지 대상자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재산 파악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지난 6월 한 달 동안 파악한 해외 금융계좌는 총 2조1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자진신고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계좌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계좌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 해외로부터의 이자소득, 배당소득도 알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소득 파악을 위해 범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조사 자료를 공개하고 정부 부처 간 효율적인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소득 탈루의 핵심인 현금 거래에 대한 감시체제, 과세당국의 추적권한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은 한번 탈세가 적발되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도높게 대응하지만 한국의 자영업자 세무조사 비율은 0.1%로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국세 행정의 전문화·전산화 등을 통해 세무조사 비율을 높여 납세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 특별취재팀
    김용준 경제부 차장(팀장), 주용석 경제부 차장, 임원기/김유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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