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兵 출신 최신원 '301번 훈련병'으로 3박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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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SKC회장 '병영 캠프' 동행취재
임직원 120명과 함께 목봉체조·유격·행군…
구조조정 아픔 새기며 열외없이 훈련 '비지땀'
임직원 120명과 함께 목봉체조·유격·행군…
구조조정 아픔 새기며 열외없이 훈련 '비지땀'
“군대에서는 어떤 연결 고리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끈끈한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 희생 정신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신원 SKC 회장(사진)이 포항 해병대 1사단 훈련장에 섰다. 혼자가 아니라 SK텔레시스와 관계사 임직원들과 함께였다. ‘필승’을 외치며 경례했고 ‘단결’을 외치며 훈련을 받았다. 지난 1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최 회장과 임직원들의 해병대 훈련을 동행 취재했다.
“9384×××, 자다가도 외칠 수 있을 정도로 해병대 시절 군번은 잊을 수 없다”던 최 회장은 ‘301’이라는 번호가 달린 철모를 쓰고 있었다. 6개 소대 중 3소대 1번 훈련병이 된 최 회장은 120여명의 임직원과 함께 오전 6시 기상해 아침점호를 하고 밤 10시 저녁점호 후 취침했다. 식사시간엔 임직원들과 식판을 들고 줄을 섰다. 휴대폰을 반납한 후 첫날 안보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구보와 목봉체조, 유격 훈련과 야간행군 등 3박4일을 해병대 훈련으로 빼곡히 채웠다. 120여명 중 9명의 여직원과 60대로 접어든 최 회장 및 유용종 SK그룹 부회장단 사장까지, 단 한 명도 열외는 없었다.
입소식 때만 해도 우왕좌왕하던 직원들은 불과 하루 만에 “4시5분까지 화장실 용무 실시”라는 지시에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최 회장은 1998년 직원들과 함께 처음 해병대 훈련을 받은 후 올해까지 7회째인 훈련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선친 고(故) 최종건 회장은 자식들을 강하고 현명하게 키우기 위해 형(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과 함께 해병대에 입대시켰다”며 “덕분에 내성적이던 성격이 적극적이고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병대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유학 중인 아들 최성환 SKC 전략기획실 부장도 해병대 출신이고 형인 고 최윤원 회장의 아들 영근 씨도 해병대에서 복무 중이다. 올 5월엔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사령부와 한국경제신문이 추진하는 ‘1사1병영’ 협약도 맺었다.
2007년 이후 5년 만인 이번 훈련은 전환기에 놓인 SK텔레시스에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SK텔레시스는 2009년 시작한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철수했다. 최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구조조정을 했다. 390억원 규모의 증자도 마무리짓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최 회장은 “구조조정이란 아픔을 겪었지만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합심해 위기를 이겨내자는 의미”라며 “해병대 훈련을 통해 배운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추진력과 어떠한 난관이라도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는 기업 경영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해병대 병사 입구에 걸린 ‘한다면 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구호와도 통하는 말이다. 최 회장은 “해병대 체험으로 임직원들이 ‘우리’라는 동료의식과 도전, 극기, 책임감을 배워 업무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런 정신은 조직의 일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