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석유' 비즈니스 하려면 전 사원에 '친환경'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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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최고경영자 과정 지상중계 (3) 에너지·환경 비즈니스 전략
자원 고갈은 또다른 기회
석유공장 짓지 않던 미국…셰일가스 수출국으로 변신
태양광탄소배출권 등 주춤하지만 큰 시장 열릴것
SK는 어떻게 했나
기업문화부터 확 바꾼후 작업공정 전환·상품 개발
온실가스 감축 등 적극 나서…사옥도 친환경 빌딩으로
자원 고갈은 또다른 기회
석유공장 짓지 않던 미국…셰일가스 수출국으로 변신
태양광탄소배출권 등 주춤하지만 큰 시장 열릴것
SK는 어떻게 했나
기업문화부터 확 바꾼후 작업공정 전환·상품 개발
온실가스 감축 등 적극 나서…사옥도 친환경 빌딩으로
“KAIST 정도 학교라면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잡아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KAIST 최고경영자과정(AIM) ‘에너지·환경 비즈니스 전략’ 강의를 맡은 최광철 SK건설 대표는 에너지·환경·물·지속 가능성 등 ‘EEWS’라는 주제를 설명하면서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벡텔 등 미국 건설업체에서 25년간 근무하다 2007년 귀국해 KAIST 교수를 지낸 그는 2008년 SK그룹으로 옮긴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여전히 KAIST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최 대표는 에너지·환경 변화와 이에 대한 개별 기업의 대응 전략을 강의하면서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SK그룹의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케이스 스터디는 실제 사례를 다루기 때문에 경영전문 석사(MBA) 과정 등 전문적인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학습법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 위협
2004년 만들어진 ‘투모로우’라는 영화는 지구가 뜨거워져 빙하가 녹고, 빙하가 녹으면서 이상기후가 오고, 결국 빙하 시대가 다시 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졌는데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팩트다.
최 대표는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인구 증가를 들었다. 그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도시화, 급속한 개발, 대량 생산·대량 소비가 인구를 크게 늘렸다”고 지적했다. 1800년 9억8000만명이던 세계 인구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2011년 70억명으로 증가했다. 때문에 땅, 공기, 물이 오염되고 나아가 지구가 파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 전 세계 커뮤니티가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같이 힘을 합쳐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자원 고갈 문제 역시 심각하다. 2005년 5월은 7427만배럴로 전 세계 석유 생산이 정점에 도달한 시기다. 그 뒤로는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45개 산유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36개국이 정점을 지나 앞으로 대형 유전이 새로 나오지 않는 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매장량을 추정한다면 현재 인류는 1조1000억배럴을 썼고, 8000억배럴만 남았습니다. 전문가가 예상하는 추가 유전개발 최대치는 2000억배럴로 언젠가 석유가 고갈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겠죠. 오일샌드나 셰일가스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지만 자원 고갈의 속도를 늦출 뿐입니다. 시간의 예측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구에 위기가 온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자원 고갈 문제는 전 인류가 직면한 문제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그동안 개발이 지연되었던 오일샌드(중질 원유를 10% 이상 함유한 점토나 모래)나 신기술 개발로 경제성을 확보한 셰일가스(혈암 등 단단한 암석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최 대표는 “미국도 산업구조 재조정(re-industrialization)을 하고 있는데 수십년간 석유공장을 짓지 않고 천연가스를 수입하더니 최근에는 셰일가스를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석탄을 액화해 석유를 만드는 사업도 한때 주춤했지만, 결국에는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광은 국내에서 사업성이 높지 않지만 미국 애리조나주 등 일조량이 많은 곳에서는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하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도 주춤하고 있지만 새로 열릴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전망이다.
○SK그룹의 사업영역 개조 사례
에너지·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사업 전략으로 SK그룹 사례를 들었다. 에너지와 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SK그룹은 석유를 파는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대체 비즈니스를 일찌감치 연구해왔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소재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강도 높게 하고 있다.
최 대표는 단기와 중기를 횡축, 기회와 책임을 종축으로 하는 2차원 분석을 통해 SK의 리더십 분석 사례를 자세히 설명했다. ‘단기’적인 ‘책임’으로는 생각과 문화의 변화, 즉 전 사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졌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중기 책임으로는 프로세스의 친환경화, 단기 기회로 기존 상품의 그린(green·녹색상품)화, 중기 기회로 새로운 그린 상품 개발 등이 각각 제시됐다”고 말했다.
친환경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꾼 사례로는 환경공모전을 하거나 초등학생에게 환경교육을 하는 등 SK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했다. SK건설은 정유공장 설비 공사를 진행하는 에콰도르에 5만달러를 기부했다. “진화론 연구지인 갈라파고스를 보유하고 있는 에콰도르는 자연 보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에콰도르 동부의 야수니 국립공원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자 대통령은 이 유전을 개발하지 않을 테니 유엔과 선진국에서 개발수익 70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하라고 했고, 유엔이 앞장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SK도 참여했죠.”
프로세스의 친환경화와 관련해서는 SK 각 계열사들이 배기가스 폐열 회수와 폐수 미생물 처리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인 사례를 제시했다. 기존 작업공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사례들이다.
“SK건설은 초반기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품 수명 주기(PLC) 관점에서 보면 설계 단계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SK케미칼 본사를 지을 때부터 디자인 프로세스를 친환경적으로 바꿨습니다.”
최근 SK건설이 지은 SK케미칼 사옥은 대표적인 친환경 건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LEED(친환경 건물 등급 평가)에서 플래티넘 등급 공인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 전통적인 건설은 건축가가 중심이 돼 설계하고, 그에 맞춰 건물을 짓고 이어 전기설비나 공조설비 등을 갖춰 완성하는 프로세스다.
그러나 SK케미칼 사옥은 여러 분야가 협업으로 같이 시작하고 중심에서 IDP(integrated design process)라는 조정자가 에너지를 최적화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가며 건설했다.
최 대표는 “당초 1000억원짜리 건물이었지만 실제 건설비용은 15% 더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량이 40% 줄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36%, 수자원 사용량은 63% 절감한 점 등을 따져 보니 10년이면 추가 비용 150억원을 상쇄하는 것으로 나왔죠. 경험이 더 쌓이면 이 같은 ‘페이백 기간’이 몇 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SK케미칼 사옥의 사례는 프로세스 변화이자 동시에 기존 상품의 그린화로도 볼 수 있다. 회사 사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상품이지만 더욱 친환경적인 건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새로운 그린 상품의 개발로 석탄을 액화시켜 석유를 뽑아내는 사업과 폐목재를 이용해 발전소 사업을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 업계의 도전과 기회
SK그룹은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구·개발(R&D)위원회를 통해 7개 중점 추진 녹색과제를 뽑아냈다. 새로운 그린 상품 개발을 위한 것으로 2015년까지 녹색기술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석탄을 액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무공해 석탄에너지 사업과 해조류를 에너지화하는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등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사업이다.
최 대표는 “이산화탄소 자원화는 재미있는 사업”이라며 “그린 폴리머(그린폴) 플라스틱은 성분의 절반이 이산화탄소로 화재가 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해 사라진다”고 소개했다. 이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 물병이나 인조가죽 지갑 등이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강의 말미에 국내 업계의 변화도 촉구했다.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한때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요즘 주춤하고 있죠.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탄소배출권 시장도 침체 중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의 포트폴리오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분야로 환경산업의 확장이 예상됩니다. 기업마다 사업적 관점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갖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각 기업의 역량을 고려해 미래 성장동력, 새로운 녹색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최 대표는 불교 설화에 나오는 ‘호리지차 천지현격(毫釐之差 天地縣隔·털끝만큼 차이가 어긋나도 결국에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진다)’이라는 경구를 소개하며 “물을 끓게 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맺었다.
최광철 <SK건설 대표이사 (KAIST 교수)>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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