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돌연 사임했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은 16일(현지시간) 판디트가 CEO는 물론 이사직에서도 즉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신임 CEO에는 30여년간 씨티에 몸담은 마이클 코뱃 유럽·중동·아프리카 담당 CEO가 선임됐다.

판디트의 급작스런 사임에 월가는 물론 씨티 직원들도 놀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했다. 하루 전 발표된 3분기 실적이 좋았던데다 발표 당일까지 씨티 내부 경영진들조차 사임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판디트는 이사회와 갈등을 겪다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사회와 전략 및 실적 등을 둘러싸고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 씨티 수장에 오른 판디트는 씨티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수익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씨티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정부는 당시 씨티에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그러나 판디트의 지휘하에 씨티는 2010년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판디트의 뒤를 잇는 코뱃 CEO는 오랫동안 CEO 후보로 거론돼왔다. ‘수선공(Mr. Fix It)’이란 별명을 가진 코뱃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금융위기 당시 씨티의 부실자산 처분을 위해 설립된 배드뱅크 씨티홀딩스의 CEO를 맡아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마이클 오닐 씨티 회장은 코뱃 CEO에 대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탁월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코뱃은 “씨티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수익성 높은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존 헤이븐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사임했다. 헤이븐스는 당초 올해 말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퇴임 시기를 앞당겼다. 씨티는 후임 COO는 발표하지 않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