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게임이론'의 힘…유럽 재정위기·대-중기 동반성장 해법에 적용 가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목표 정해 놓고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모두 만족하는 균형 달성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가 ‘협조적 게임이론’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차지하면서 게임이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이론을 통해 경제 현안을 해석하고, 그 해법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를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비협조적 게임이론에 해당한다. 정해진 파이를 놓고 서로 더 많이 먹으려고 싸우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손실을 보는 상태가 발생했다는 것.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이 다른 국가(참여자)가 어떻게 나올지 감안하고 행동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스 등은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혼자만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 참여자인 독일과 프랑스 등 부자 나라가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다는 얘기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는 게임이론에서 등장하는 ‘공유의 비극’”이라며 “무리한 복지 정책 때문에 재정위기에 처하더라도 주변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전영섭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로존 사태 해결을 위해 합리적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 게임이론은 어떤 결과가 바람직한지 제시한 후 해결책을 찾는다.
이를 통해 유로존 국가들 간에 구제금융에 필요한 분담금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 17개 국가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때와 남아 있을 때 비용과 이득을 분석해 국가 간 분담금을 산정하면 된다. 단순히 그리스만 탈퇴할 것을 가정하지 않는다. 전 교수는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다양한 상황까지 가정해 각국의 기회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분담금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손해라고 판단하면 이를 안정적 배분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현안에도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얼마전 논란이 일었던 대·중소기업 초과이익 배분 문제가 게임이론을 적용할 만한 사안이라고 전 교수는 말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4개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삼성전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각각의 협력사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에 따라 성과를 체크한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5개사 각각의 기여도를 계산하면 된다. 전 교수는 “수학적으로 기여도를 평가해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 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 배정 방식을 결정하거나, 댐을 건설할 때 여러 지방자치단체 간 최적의 비용 부담 구조를 마련하는 과정에도 게임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섀플리 교수와 로스 교수는 노벨상 수상에 대해 “놀랍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섀플리 교수는 수상 소식을 들은 후 “스스로를 수학자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에게 주는 상인 노벨 경제학상을 탈 줄은 몰랐다”며 “한 번도 경제학 강의를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천문학자인 할로 섀플리의 아들인 그는 “이제 아버지보다 앞서게 됐다”며 “아버지는 다른 상은 받았지만 노벨상은 수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로스 교수는 “섀플리 교수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내가 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내 과학적 업적은 팀의 노력”이라며 “이번 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고 난 그중 한 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