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행복은 받는 것인지 주는 것인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면 얼마나 좋을지 같은 생각이요.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꽃이에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행복해지는 게 제 꿈입니다.”

오는 24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나우에서 사진전을 여는 박시호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60)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사랑을 다 주고 떠나는 꽃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카메라에 꽃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14년간 꽃 사진을 찍어온 박 이사장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자라는 꽃의 아름다움을 나누려는 뜻으로 이번 전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경제원 장관 비서관, 정리금융공사 사장,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을 거쳐 박시호의 ‘행복편지’ 발행인을 맡고 있는 그는 공직생활 중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했다. 2003년에는 매주 월~금요일 오전 7시에 전자우편으로 꽃 사진을 붙인 ‘박시호의 행복편지’를 띄워 관심을 모았다.

박 이사장은 한국 영국 네덜란드 등 국내외 화훼시장에서 구입한 꽃을 집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찍는다. 그동안 찍은 꽃 사진만 4만점을 헤아린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야산과 들판에 핀 꽃들을 그렸죠, 그때의 생생한 느낌이 제 삶의 윤활유가 됐습니다. ”

그의 꽃 사진 이야기는 끝이 없다. “꽃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합니다. 튤립, 백합, 장미, 양귀비의 일부분을 마이크로렌즈로 확대해 찍어 노년기, 장년기, 청소년기를 묘사하기도 하죠.”

꽃 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도 흥미롭다.

“예금보험공사로 발령받았는데 만나자는 사람이 딱 끊겼어요. 한직이어서 ‘물 먹었다’고 보는 것 같았죠. 일을 마치면 바로 집에 가는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어서인지 곧 한계를 느껴 사진으로 바꿨죠. 친구인 김중만 작가에게 배웠어요.”

그는 요즘도 짬나는 대로 행복편지를 쓴다. 그동안 쓴 행복편지 가운데 계절 날씨 시의에 맞는 것을 골라 사진을 붙인다. 박 이사장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제 편지와 꽃 사진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편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행복·꽃·나눔’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꽃의 암술, 수술, 꽃잎, 꽃대만 확대시켜 찍은 근작 24점을 내보인다. (02)725-29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