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보는 외국 언론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IMF 스스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막자는 결의를 새롭게 했다고 자평했지만 외부 평가는 차갑기 이를 데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혼란스럽고 모순된 회의”라고 비판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총회장에서의 이견들이 향후 세계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할 정도였다.

가맹국 간 금융협력을 증진시키고 안정적인 무역 확대와 환율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IMF의 목적사항이요, 이들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총회다. 이 총회가 마치 다보스포럼 같은 세미나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3차 양적완화(QE3) 조치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이롭다”는 궤변만 내놓았고 라가르드 IMF 총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럽 위기를 둘러싼 논박에만 몰두했다. 브라질과 남아공 등은 신흥국의 출자할당액(쿼터)을 올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참석자의 계급을 아예 부(副)급으로 낮추어 버렸다.

물론 복잡한 나름의 사정도 있을 것이다. 당장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바뀔 예정이고 주최국인 일본 역시 리더가 바뀔 상황이다.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세계 경제 아닌 국내 정치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자연히 협력은 사라지고 레토릭과 이중 잣대가 난무하고 말았다. 결정은 없고 입술만 떠다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의 금융기관 수장들도 대거 총회에 참석했지만 장관들의 들러리를 서는 외엔 출장비도 아까웠을 것이다. 다보스에는 스키장이라도 있지만 도쿄에는 골프장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국제적 협력이라는 단어는 공중에 떠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