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 도시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합니다.”

15일 오후 서울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스페인 빌바오시의 이본 아레소 부시장이 ‘빌바오와 세기의 변화, 산업도시의 탈바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아레소 부시장은 도시디자인의 신화라고 불리는 이른바 ‘빌바오 마스터플랜’의 제작자다. 그는 1990년대 낙후됐던 산업도시를 세계적인 첨단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재단과의 전략적 협약을 통해 구겐하임 빌바오를 유치하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도시를 재건함에 있어 환경을 비롯한 시민들의 삶의 질과 더불어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너져 버린 고용체계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였다"고 밝혔다.

빌바오시는 중세 무역의 발달과 함께 성장해 산업혁명을 맞아 풍부한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2차 산업의 쇠락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다가 1980년대 들어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를 겪으며 빌바오 시의 산업구조 자체가 무너지게 됐고, 25%를 웃도는 실업률과 급속한 산업화로 오염된 도시환경으로 시민들은 도시를 떠났다.

아레소 부시장은 “2차 산업에서는 쾌적한 삶의 질과 부의 창출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우리가 집중했던 부분은 산업화의 결과로 더럽고 불결해진 도시를 아름답고 깨끗하게 재건해 지식·서비스 산업 기반의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며 “지식·서비스산업 기반 기업들을 유치하게 되면 쾌적한 환경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는 확신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94년에 2만 4000여 명만이 찾았던 빌바오시는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아레소 부시장은 빌바오시의 도시 혁신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빌바오 시가 완전히 무너지고 황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빌바오 시는 절박한 심정으로 생사를 걸고 도시 혁신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1단계 도시혁신이 더러운 도시에서 깨끗한 도시로의 변모였다면 2단계 혁신은 스마트한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아레소 부시장의 숙명여대 방문은 숙명여대 재학생과 지도교수로 구성된 글로벌탐방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지난 7월 스페인을 방문한 글로벌탐방단은 아레소 부시장으로부터 빌바오시의 발전상에 대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숙명여대 특강을 제안했다. 마침 10월 중 업무 차 한국을 방문하기로 돼 있던 아레소 부시장이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