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이 17일 노조의 협상력이 기업 고용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이 17일 노조의 협상력이 기업 고용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노조 협상력이 강하면 법인세 인하 효과가 사라진다’는 내용의 국내 민간 연구소 논문이 세계 최상위급 학술지에 게재된다. 논문을 쓴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17일 “한국의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 원장이 작성한 논문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법인세의 고용 효과와 노조 협상력’이다. 이 논문은 세계 최상위 등급의 국제학술지 ‘경제 분석 및 정책(Economic Analysis and Policy)’에서 승인받아 이르면 다음주 전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이 학술지는 미국 톰슨사이언티픽에서 제공하는 사회과학인용지수(SSCI)에 등재돼 있다. 2022년 영향력지수는 ‘6.5’로 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 등급(Q1)에 속하는 학술지다. 국내 연구진 논문이 이 정도 등급의 학술지에 오르는 일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톰슨사이언티픽은 자연과학인용지수(SCI)와 SSCI를 제공하는 학술정보 전문 민간기관이다. SSCI는 논문 게재 거절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노벨경제학상도 SSCI 인용지수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원장은 “임금 협상에서 노조 협상력이 강할 때 법인세를 인하하면 오히려 고용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번 논문을 통해 입증했다”며 “권위가 높은 학술지도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노조 협상력이 강한 상황에서 법인세를 10% 내릴 때 총고용이 기업 규모에 따라 0.01~0.25% 감소한다. 동시에 노조 협상력도 10% 약화하면 총고용이 3.93~4.2% 증가한다는 것이다. 라 원장은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임금 협상에서 노조 협상력이 강하면 임금 프리미엄이 커져 법인세 감면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노조 협상력을 줄이기 위해선 미국, 독일과 같이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 원장은 그동안 국내외 정상급 학술지에 논문 18편을 게재하는 등 지속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연구 성과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개혁 분야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 대응, 가업 상속 등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노동계를 비판하는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해 노동계의 원성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시장경제의 원리와 시사점을 널리 전파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기반의 논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경제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기획재정부의 허가를 받은 재단법인이다. 라 원장은 육군사관학교(53기) 출신 경제학도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9년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수석 졸업한 후 연구경력을 쌓다가 2018년부터 파이터치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