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에게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다. 그러나 일부 종목들은 실질심사를 받은 뒤 ‘상장유지’ 결정으로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실질심사 후 거래가 재개되는 종목에 대한 투기적 단타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대표이사의 횡령이나 회계기준 위반 등으로 총 21개 종목이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횡령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단 거래를 정지한 뒤 실질심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그 결과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실질심사에서 상장유지 결정이 난 종목들은 공시를 내고 이튿날 거래를 재개시킨다.

거래가 정지됐던 21개 종목 중 한화 에어파크 하이마트 파나진 수성 디지털오션 등 6개 종목은 상폐 위기에서 벗어나 거래가 재개됐다. 8개 종목은 상장폐지됐고, 7개 종목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6개 종목의 거래재개 당일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거래량이 평소보다 급증해 개장 30분 전 동시호가 거래에서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주된 매수세력은 개인이다. 에어파크는 전 경영진의 횡령사건으로 지난 2월21일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의 실질심사까지 받았지만 3월29일 상장 유지 결정이 나 이튿날인 3월30일 거래가 재개됐다. 이날 에어파크는 시가가 거래정지일 전날 종가(1785원) 대비 14.85% 급등했다. 거래재개일 하락세로 출발한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종목의 거래재개 당일 시가를 거래정지 전날 종가와 비교해본 결과 평균 9.61%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상훈 삼성증권 온라인 프라이빗뱅킹(PB)영업팀 연구원은 “고수익을 좇아 투기적 거래를 하는 일부 개인들이 거래재개일 동시호가 거래에서 샀다가 장중 고점 근처에서 팔고 차익을 실현하는 매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5개 종목의 거래재개일 장중 최고가는 시가 대비 평균 3.81% 오른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이런 단타매매는 매도 시기를 놓치면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 연구원은 “거래재개 후 1개월간 주가 흐름을 보면 6개 종목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은 투기적 단타매매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