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 음반을 유통할 시스템을 갖추고, 실력 있는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발굴해 해외에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죠. 그러자면 K팝을 먼저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야겠죠.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를 창설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 뮤콘을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아시아 최대 음악마켓으로 키울 겁니다.”

K팝 진흥기관의 수장인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겸 뮤콘 조직위원장(사진)은 다음달 1~3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와 홍익대 일대에서 여는 ‘뮤콘 서울 2012’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음악마켓에는 국내외 100여개 기업을 포함한 300여명의 바이어들이 참가한다. 홍 원장은 뮤콘 창설을 주도해 조직위원장까지 맡았다.

“세계적인 뮤지션 블랙아이드피스의 총괄매니저인 윌리엄 데릴라, 골든글로브 작곡가상을 받은 하비 메이슨 주니어 등이 기조연설을 합니다.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 미뎀(MIDEM)의 브루노 크로 대표도 연사로 옵니다.”

뮤콘의 주요 행사인 콘퍼런스에서는 세계 음악 리더들이 아시아와 세계 음악의 발전 방향을 탐색한다. 비즈매칭 부문에서는 국내외 음악기업 바이어들을 위한 상담부스가 마련된다. 유니버설과 워너, 소니 등 미국 메이저뿐 아니라 중국 영국 스웨덴 등의 음악레이블과 기획자들이 참여한다. 홍대 주변에서는 K팝과 인디음악인들의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세계 3대 음악마켓이라면 전 장르를 총괄하는 미뎀,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독일 워맥스, 밴드와 록뮤직 마켓인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등을 꼽습니다. 모두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한 마켓이죠. 하지만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축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K팝을 앞세운 한국이 아시아 마켓의 주도권을 쥐어야 합니다.”

이번 행사에 거물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K팝과 아시아 음악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싸이가 K팝 한류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싸이가 주는 교훈은 좋은 콘텐츠라면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댄스뮤직의 편중성에서 탈피하고, 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줬습니다.”

이번 뮤콘 행사에는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컬래버레이션(협업)코너도 마련했다. K팝의 상품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프랑스의 지성 기 소르망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상품과 문화를 동시에 수출해본 나라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한국 등 5개국뿐이라는 거죠. 올초 유럽 젊은이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하면 서울보다 K팝을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영국이 문화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처럼 K팝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