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의 KB 국민카드 사장의 '소신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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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수수료 인하 요구에 "강경 대응하라" 협상팀 독려
카드수당 기준 발급 수 대신 사용액 기준으로 확 바꿔
카드수당 기준 발급 수 대신 사용액 기준으로 확 바꿔
신한·삼성카드 등은 최근 대형 골프장인 세종필드골프클럽과 수수료 협상을 벌였다. 카드사들은 골프장이 주요 ‘고객’임을 들어 종전대로 1.5%의 낮은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KB국민카드는 달랐다. 카드업계에선 유일하게 2% 수수료율을 고수해 관철시켰다. 다른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세 자영업자가 아니라 골프장에만 특혜를 주느냐”는 질타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재협상에 나섰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56·사진)의 ‘소신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세종CC와의 수수료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뜨거운 감자’로 불렸던 모집인 수당체계를 과감히 바꾸는 등 카드업계의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최 사장은 지난주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집무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무리 대형 가맹점이라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를 깎으려 한다면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대형 가맹점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당당하게 재계약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대형마트와 같은 큰 가맹점 1000곳이 전체 카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최근엔 한 대형 유통업체의 모바일 결제 관련 입찰에서 단독 사업자로 선정됐는데도 과감하게 사업을 접었다. 해당 유통업체가 제시한 비용 지원 요구를 받아들인 사실을 확인한 뒤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투명한 입찰 절차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해 승전보를 전한 직원들을 야단치기까지 했다”고 귀띔했다.
카드 모집인 수당체계를 앞장서 바꾼 사람도 최 사장이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사용액보다 카드 발급 개수를 우선시하는 수당체계를 유지해왔다. 외형 확장 경쟁에 몰리면서 무조건 회원을 많이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를 버리지 못했다.
최 사장은 장당 10만원에 가까웠던 발급 수당을 대폭 줄였다. 대신 고객들의 카드 사용액에 따른 수당을 올렸다. 내실을 꾀하려면 카드 사용액이 많은 회원을 유치한 모집인에게 수당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카드가 수수료 체계를 먼저 변경하자 머뭇거리던 신한·삼성·현대카드도 뒤따라왔다.
작년엔 가장 먼저 체크카드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사회적인 요구가 많았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체크카드 출시조차 외면하던 때였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장에 모든 혜택을 담은 ‘원카드’ 전략도 최 사장이 던진 승부수였다. KB국민카드의 ‘혜담카드’가 선전하면서 유사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계기가 됐다.
최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카드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남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56·사진)의 ‘소신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세종CC와의 수수료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뜨거운 감자’로 불렸던 모집인 수당체계를 과감히 바꾸는 등 카드업계의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최 사장은 지난주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집무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무리 대형 가맹점이라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수수료를 깎으려 한다면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대형 가맹점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당당하게 재계약을 거부할 수도 있다”며 협상팀에 힘을 실어줬다. 대형마트와 같은 큰 가맹점 1000곳이 전체 카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최근엔 한 대형 유통업체의 모바일 결제 관련 입찰에서 단독 사업자로 선정됐는데도 과감하게 사업을 접었다. 해당 유통업체가 제시한 비용 지원 요구를 받아들인 사실을 확인한 뒤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투명한 입찰 절차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해 승전보를 전한 직원들을 야단치기까지 했다”고 귀띔했다.
카드 모집인 수당체계를 앞장서 바꾼 사람도 최 사장이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사용액보다 카드 발급 개수를 우선시하는 수당체계를 유지해왔다. 외형 확장 경쟁에 몰리면서 무조건 회원을 많이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구조를 버리지 못했다.
최 사장은 장당 10만원에 가까웠던 발급 수당을 대폭 줄였다. 대신 고객들의 카드 사용액에 따른 수당을 올렸다. 내실을 꾀하려면 카드 사용액이 많은 회원을 유치한 모집인에게 수당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국민카드가 수수료 체계를 먼저 변경하자 머뭇거리던 신한·삼성·현대카드도 뒤따라왔다.
작년엔 가장 먼저 체크카드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사회적인 요구가 많았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체크카드 출시조차 외면하던 때였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장에 모든 혜택을 담은 ‘원카드’ 전략도 최 사장이 던진 승부수였다. KB국민카드의 ‘혜담카드’가 선전하면서 유사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계기가 됐다.
최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카드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남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