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와의 장기 운송계약을 계기로 매출 1조원 시대가 열린다. 규모에 걸맞은 수준의 인재를 채용하고 기업공개(IPO)도 계획하고 있다.”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사장(58·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선박금융 서명식’에서 기자와 만나 “발레와의 장기운송 계약을 통해 12년간 40억달러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달 브라질 발레와 12년간 장기 운송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발레가 갖고 있던 30만t급 철광석 운반선(VLOC) 10척을 인수했다. 이 선박으로 발레가 중국에 수출하는 철광석을 독점 운송한다. 6억달러에 이르는 선박 구매자금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금융 주관사로 참여했고, KB국민·외환·수협·농협 등이 대주단을 형성해 3억3400만달러의 파이낸싱을 제공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선박금융 시장의 ‘변방’인 국내 금융회사가 대주단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모펀드를 통한 금융 조달에도 성공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이 참여한 폴라리스오션 PEF(사모펀드)가 이 계약에 2800억원을 투자한다.

김 사장은 “발레와의 계약은 외부환경 변화에 연동돼 있어 유가가 급등한다고 해도 영업이익률이나 운항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기관투자가들에 수익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전용선 계약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고, 선박금융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해운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중견해운사가 세계적인 화주와 수십억달러 장기 용선계약을 따낸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폴라리스쉬핑은 이미 7척의 VLOC를 발레에 투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해운거래처로 장기간의 안전운항을 통해 쌓은 신뢰가 수주에 결정적인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시황에 좌우되는 용대선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높은 안정성을 보유한 대형 화주와의 전용선 계약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지난해 45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선사로 해운업계에선 ‘알짜회사’로 통한다. 발레와 포스코 등 글로벌 화주들과의 전용선 서비스에 주력,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에도 2596억원의 매출과 36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향후 성장 전망은 더 밝아졌다. 김 사장은 “총 22척의 사선을 확보하면서 사선 선복량 기준 국내 8위에서 5위로, VLOC 선사 기준 세계 5위에서 1위로 뛰어 올랐다”고 말했다. 폴라리스쉬핑은 증시 상장도 계획 중이다. 김 사장은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상장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로 해운시황 회복 등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한국해양대 29기 출신 정통 해운인으로 일본 산코라인을 시작으로 삼미해운 범양상선 등을 거쳤다. 2000년 삼선해운 사장을 지낸 뒤 2004년 한희승 회장과 함께 폴라리스쉬핑을 공동 설립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