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Ifo경제연구소 등 독일의 4대 민간 싱크탱크는 내년 독일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대폭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놓은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방안이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세금을 인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절반으로 깎인 성장률

독일의 유명 경제 싱크탱크인 뮌헨의 Ifo경제연구소와 킬연구소(IfW), 에센연구소(RWI), 할레연구소(IWH) 등은 11일(현지시간) 독일 경제부에 제출한 공동 보고서에서 “독일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기존 2%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도 0.9%에서 0.8%로 낮췄다.

주변 국가들의 재정난이 독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독일 제조업과 건설 경기, 고용 전망 모두 지난 4월 예상보다 좋지 않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독일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의 성장세는 올해 말부터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Ifo연구소의 9월 기업신뢰지수는 101.4를 기록해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Ifo연구소가 발표하는 기업신뢰지수는 향후 6개월간의 기업경기를 전망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다. 실업자 수는 5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 2분기 독일의 산업자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고 공장 설비 투자는 2.3%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연구소가 내놓은 예상치가 유로존 경제가 안정된다는 가정 아래 산출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로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독일은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독일 정부가 다음주 중 발표할 경기 보고서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필리프 뢰슬러 경제부 장관은 “눈여겨봐야 할 위험들이 보고서에 제시됐다”며 “독일이 언제까지나 위기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도 이날 베를린에서 가진 연설에서 “지난 2년간 독일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약화될 것”이라며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적인 세금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CB의 국채 매입 재고해야

독일 4대 싱크탱크는 보고서에서 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유로존 위기 진화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ECB가 개별 국가들에 제공하는 과도한 금융 지원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통화동맹의 주요 목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유로존 리스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재정위기국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국채 매입은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