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바닥론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서비스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를 대비해 고객층을 선점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주요 은행들은 부동산 매매 정보부터 관련 금융상품 검색까지 가능한 종합적인 부동산금융 정보포털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호텔 등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시세 정보부터 세무 상담까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0월 중 아파트, 상가, 토지 등에 대한 시세와 수익률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저금리 시대에 시중에 남아도는 돈이 수익형 부동산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서둘러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17일부터 부동산 종합 포털인 ‘알리지(R-Easy)’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미 ‘KB 하우스타’란 이름으로 전국 1만여개 공인중개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만큼 이들 중개업소와 고객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인터넷 포털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연계해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고객이 관심있는 부동산 매물을 조회하면 대출한도 및 세무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원스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측은 특히 부동산 세무 상담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10월 말께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활용한 은퇴설계 지원

은행들이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서다. 예컨대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에겐 대출상품을, 팔려는 사람에겐 예·적금 상품을 소개한다는 것.

금융권은 또 부동산 서비스 강화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은퇴자들은 보유 부동산을 처분 혹은 유동화하는 등 적극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하려는 준비도 활발하다. 국민은행은 KB생명 KB투자증권 등 계열사들과 함께 조성한 5000억원에 매칭펀드 방식으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5000억원을 모아 총 1조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투자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고 조성한 펀드)’를 설립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문업체가 운영하는 호텔·물류창고. 마스터리스(재임대) 쇼핑몰 등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가 나오면 바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서둘러 부동산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처음으로 부동산 연구팀을 만들었다. 부동산 시세 전망 및 관련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 등 거시적인 안목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외환은행도 7월 IB본부를 새로 만들면서 부동산금융팀을 신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