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선도 기업)를 뛰어넘어 마켓 크리에이터(시장 창조기업)가 돼야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11일 글로벌 불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나 퍼스트 무버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 창조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DMC(완제품) 부문 임원 교육에서다.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담당 사장과 윤주화 최고재무책임자(CFOㆍ사장), 김현석 영상사업본부장(부사장) 등 임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오전 10시 시작된 강연에서 권 부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입을 뗐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례 교육이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 3분기 8조1000억원이란 영업이익을 올렸어도 모바일 사업만 호황을 구가하고 있을 뿐 TV PC 반도체 등은 실적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가 ‘2%대 성장’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내년 사업전망도 불투명하다.

권 부회장이 제시한 첫 번째 타개책은 “마켓 크리에이터가 돼라”는 것이었다. 기존 시장이 어려울 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란 얘기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략으로 1위를 굳힌 시장이 있다. 바로 TV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삼성전자는 종전 제품보다 100만원 비싼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세계최초로 내놨다. 모두가 안될 거라고 했으나 10㎝가 넘던 TV 두께를 29.9㎜로 줄인 LED TV로 삼성은 그 해 TV사업 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쓸어담았다.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해 새 시장을 창출, 1000만대 이상을 팔았다.

권 부회장은 두 번째로 “임원들이 앞장서 능동적, 창의적, 협업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시장 창조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 도전하란 뜻이다.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 있다.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기를 당부한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올해 신년사와 같은 맥락의 말이다.

권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부하를 자식처럼 키우라”며 인재 양성을 당부했다. 그는 “부모는 자식이 자신보다 뛰어나길 바란다”며 “그런 마음으로 부하를 육성해야 하고 ‘워크 스마트’도 정착되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