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배의 돛을 올리면 강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지금은 바람이 없어 노를 저어 항해하는 형국입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앞으로 2~3년간 장기박스권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대형주에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따라서 “저성장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설립된 서울대 주식투자동아리 출신인 최 대표는 2003년 김민국 대표와 함께 VIP투자자문을 세웠다. 이후 10년 동안 ‘정통 가치투자’를 고수한 덕분에 연평균 19%의 수익을 내 브레인 케이원에 이어 투자자문업계 3위에(2011년 순이익 기준)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3차 양적완화 정책 발표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수는 결국 기업 실적의 총합이다. 올 들어 조선 철강 화학 등 굵직한 산업군들이 돈을 못 벌기 시작했다. 결국 대형주 중에 삼성전자 현대차 두 개가 남았다. 삼성전자가 지난 5일 놀라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당일 주가는 못 오른 게 시사점이 크다. 그 이상의 실적 달성이 힘들 것으로 생각하는 거다. 지수가 오를 만한 요인을 찾기 힘든 장세다.”

▷증시가 장기박스권에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는데.

“동의한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등은 모두 구조적인 문제여서 단기간에 해결이 안 된다. 향후 2~3년간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탈피하기 힘들 것이다.”

▷중소형주 강세는 생각보다 오래가는 것 같다.

“3차 양적완화 정책이 나오면 증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결국 펀더멘털로 관심이 모아졌는데, 대형주 중에선 딱히 살 종목이 없어 똘똘한 중소형주를 찾는 것 같다.”

▷최근 바이오·카지노·딴따라(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선전하면서 ‘바카라’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파라다이스 같은 중국 소비 확대 수혜주들은 실적이 뒷받침된다. 실적 대비 주가가 조금 과한 정도다. 그러나 일부 바이오주들의 주가는 황당하다. 시장에서 현재 평가받는 시가총액과 우리가 내부적으로 평가한 가치를 비교해보면 ‘영(0)’ 몇 개씩 차이 나는 종목도 있다. 엔터주는 바이오주 정도는 아니지만 거품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럼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하나.

“별로 돈이 안되는 비즈니스 같아서 남들은 잘 안 하려고 하는데, 그 비즈니스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해 돈을 잘 버는 기업들을 좋아한다. 우리가 보유 중인 동원산업 세방전지 동아타이어 등이 이런 종목들이다. 정보기술(IT)주나 모바일게임주 등 부침이 너무 심하거나 미래를 알 수 없는 종목들은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가치투자는 기대수익률을 어느 정도로 잡는 게 적절한가.

“회사 내부적으로 연 15% 달성이 목표다. 운이 좋아서 그런지 2003년 이후 연평균 19% 정도 수익을 냈다. 앞으로는 기대수익률을 10% 정도로 낮춰야 할 것 같다.”

▷철강 화학 조선 등 산업재 업종은 언제쯤 반등할 것으로 보는가.

“산업재는 의미 있는 반등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아직 옛날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공급과잉이 너무 심각하다. 이걸 해소하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