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미래성장 전략은 글로벌 시장개척과 자원부국 경영, 연구·개발(R&D) 투자 등 세 가지 키워드에 담겨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모토 아래 자원개발과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개척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 스위스, 터키,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를 잇달아 방문하며 33일간 해외에서 머물렀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글로벌 대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와 공동투자 펀드 조성, 전자상거래 합작사 설립 협약 등을 체결했다. 두 그룹은 우선 각각 5000만달러씩 투자해 총 1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한 뒤 통신,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터키 일정에 앞서 태국을 방문한 최 회장은 현지 최대 에너지 기업인 PTT그룹의 페일린 추초타원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면담하고 SK그룹의 IT기술을 활용한 홍수 조기경보 및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엔 말레이시아를 찾아 다토 위라 사이드 압둘 자바 MMC그룹 회장과 만났다. MMC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에너지해운 기업으로 중동과 아프리카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은 압둘 자바 회장과 에너지, 자원 개발, 인프라 등의 사업 영역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인수한 SK하이닉스를 통한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6월 미국의 컨트롤러 업체인 LAMD(Link A Media Devices)사를 사들여 낸드플래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유럽 시장 공략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한 뒤 유럽 기술센터인 ‘SK하이닉스 이탈리아 기술센터’로 전환해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브레인’을 갖추기도 했다.


○자원개발과 신개념 R&D에 대한 투자

최 회장이 주도한 자원부국 경영도 SK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그룹은 자원부국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올해 2조1000억원을 자원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1조3000억원보다 8000억원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관련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SK그룹의 지난해 자원개발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자원개발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8년 만에 20배나 늘어난 것이다.

SK그룹만의 독특한 자원개발 모델도 눈길을 끈다.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 SK가 갖고 있는 기술로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서 국가와 민간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2주 동안 남미와 호주를 방문, 철광석과 석탄광산 등을 둘러봤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글로벌 현장경영을 자원경영으로 택한 것이다.

미래성장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 R&D 분야에도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SK그룹은 시설부문과 R&D 등에 역대 최대인 19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 9조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SK 각 계열사들의 R&D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SK에너지는 작년 초 다량의 염분이 함유된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분리(油水分離) 기술을 개발,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해 세계 23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는 극한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점도(끈적이는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윤활유의 원료가 된다. SK종합화학은 2010년 말 세계 최초로 촉매를 이용한 나프타 분해공장(NCC)을 완공했다. SKC는 지난해 상반기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은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필름으로, 온도와 습도만 맞으면 4시간 만에 흙으로 변한다.

SK는 초기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에 엔지니어링을 더한 ‘R&BD+E’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최 회장은 “인수·합병(M&A)이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보다 더 큰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술과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