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산업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해외 여행객 증가세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잇따라 설립된 저가항공사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단거리노선을 중심으로 판도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 항공사들의 공세에 대응한 저가항공사들의 차별화 전략과 대형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고객 확보가 항공산업 성장을 결정지을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위기에도 여객 수요 탄탄

한국은 2010년 항공운송실적 세계 6위를 기록한 이후 항공강국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부문 세계 12위, 화물에서는 홍콩 캐세이패시픽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설립 20년이 지나면서 여객 실적 25위에 올라서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단거리 위주인 저가항공사들도 약진하고 있다. 제주항공 등 5개 저가항공은 국내노선에서 여객수 대비 시장점유율이 43%를 넘어섰다. 국제노선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 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비행시간 3시간 이내인 동남아, 일본, 중국 노선을 늘리고 있어 단거리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위주였던 업계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경제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한국을 오간 국제 여객은 사상 최대인 2287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6% 증가한 수준이다. 주 5일제 수업 전면시행, 저가항공사 취항 노선 증가에 따른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 증가, 일본·중국 연휴 관광객 급증, 한류 열풍으로 인한 외국인 이용객 증가에 따른 결과다. 또 매년 18.5% 증가하는 중국 출국자와 일본 환승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성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커진 대외환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유가와 환율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변수도 상존하고 있다. 유럽 등의 탄소세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체연료 개발과 기체 및 엔진 제작 등 기술적 개선노력도 필요하다.


◆제3국 공세…경쟁력 강화, 프리미엄화로 극복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등 올해 5개 국가의 저가항공사들이 국내 7개 노선에 취항한다. 이에 대응해 국내 저가항공사도 해외로 나가야 하지만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저가항공사의 영업비용 가운데 30%가 인건비여서 동남아나 중국의 인건비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업체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 판매망을 대폭 혁신해 전화와 인터넷으로만 티켓을 파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화된 서비스, 안전성 강화,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통해 가격 측면의 불리함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와 내부 경쟁자들의 공세 속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기존 시장 유지와 점유율 확대가 과제다. 대형 항공사들은 ‘명품·고급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항공기 A380 도입과 차별화된 1등석 좌석 등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침체와 중국의 공세에 따른 화물 부진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세계 항공업계 화물부문 1위를 지키고 있던 대한항공은 2010년 캐세이패시픽에 자리를 내준 이후 격차가 커지는 추세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난 2월부터 국내 화물 물동량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고급 특수화물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중국 외 신시장을 선점, 화물경기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