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도요타, GM, 폭스바겐)-2중(르노·닛산, 현대·기아자동차).’ 올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대결 구도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요타가 지난해 일본 대지진 여파에서 회복하면서 최근 몇 년간 유지됐던 ‘2강(도요타, GM)-2중(폭스바겐, 르노·닛산)-2약(현대·기아차, 포드)’ 체제가 돌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공세와 현대·기아차의 약진으로 5위권 내 업체들 간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유럽 경기침체,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 주요 변수들도 5위권 업체 사이에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 침체의 그늘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업체들은 실적 경쟁이 아닌 생존 경쟁에 직면했다. 전통 강호인 미국 GM,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3사의 순위권 다툼이 본격화했다. 지난해 대지진 충격으로 GM에 왕좌를 내줬던 도요타는 올 상반기 497만대를 판매, 1위 탈환에 성공했다. GM(467만대), 폭스바겐(464만대)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GM은 폭스바겐과 차이를 3만대로 좁혔다.

상반기 실적은 업체별로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대지진에서 회복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폭스바겐, 현대·기아차도 선전했다. 송현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너십을 발휘한 업체의 실적이 좋았다”며 “아키오 도요타 사장과 피에히 폭스바겐 회장 등은 강력한 리더십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 업체는 유럽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글로벌 판매가 감소하면서 경영실적이 부진했다. GM, 포드 등 유럽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업체 실적도 둔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푸조·시트로엥, 피아트 등 유럽 업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인력감축, 자산 매각, 공장 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 업체와 폭스바겐 등은 플랫폼 통합 등 유연성과 스피드에 기반한 원가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엔고와 높은 인건비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수출용 차량을 모두 해외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격하는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358만대를 판매, 글로벌 5위를 지켰다. 불황이 몰아친 유럽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월 유럽에서 4만7000여대를 판매, 월간 점유율 6.6%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누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15.8% 성장한 51만4000여대를 팔았다. 독일 다임러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현대차 i30, 기아차 씨드 등 신차들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는 8월까지 86만6598대를 판매, 1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대지진, 태국 홍수 등으로 생산차질을 빚었던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엔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 등 5232대의 고급차를 팔아 사상 처음 월 5000대 판매를 넘어섰다. 제네시스는 2008년 출시된 이후 약 4년여 만인 지난 3월 월간 2000대 판매를 넘어선 이후 5개월 연속 2000대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에쿠스도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350대를 판매, 대형 프리미엄카 시장에 안착했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이 고급차를 중심으로 제값받기와 프리미엄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현지 공장 설립, 전략 차종 출시 등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계 3위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작년 117만여대를 판매해 당초 목표를 상회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8월까지 현대차 51만여대, 기아차 29만여대 등 9% 증가한 80여만대를 팔아치웠다.

현대·기아차는 베르나, K2 등 현지화된 맞춤형 신차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3공장 완공으로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 현대차는 지난 8월 출시 첫 달 만에 1만대 이상을 판매한 신형 아반떼의 현지 전략 모델인 ‘랑둥’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