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세계 바이오 인식 업계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아프리카 가나와 카메룬에 이어 가봉 정부가 발주한 전자주민증 프로젝트마저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수주 ‘싹쓸이’를 한 것이다. 특히 가봉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와 지리·정치적으로 가까운 프랑스 굴지의 대기업 사젬(Sagem)이 낙점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한국 기업이 차지했다.

업계를 패닉 상태에 빠뜨린 주인공은 슈프리마(사장 이재원). 이 회사 이재원 사장은 “아프리카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한 덕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며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20개국에서 민주화 바람이 분 것도 수주 행진에는 청신호”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2000년 창업한 슈프리마는 지문인식기, 얼굴인식기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 인식 전문기업이다. 맘이 맞는 서울대 후배 5명과 2000년 자본금 5000만원에 창업한 지 11년 만인 지난해 매출 417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60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이다. 글로벌 경기불황을 무색케 하는 예상치다.

그는 “바이오 인식 분야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이제 막 성장세를 타기 시작해 글로벌 경기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최근 급성장한 것처럼 향후 몇 년간 연평균 20%가 넘는 고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에는 세밀하게 구분하되 큰 시스템으로 포괄하고 다양한 첨단 신기술을 접목하는 게 이슈”라며 최신 업계 트렌드를 ‘분산·통합·퓨전’으로 요약했다.

다변화된 고객 포트폴리오도 견조한 실적의 비결이다. 아프리카는 물론 남미, 중동, 아시아 등 신흥시장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110여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내년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했다. 미국 경쟁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작년 말 승소, 현지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어서다. 이 사장은 “소송 비용이 사라져 올해 당장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 시장 신규 고객 확보 효과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내년이 진짜 기대할 만하다”고 자신했다.

슈프리마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애플이 지문인식 솔루션 기업 어센텍을 인수, 지문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적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과 연계한 바이오 인식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열릴 조짐”이라며 “관련 기초 연구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기회를 포착할 준비는 끝마쳤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이제 막 주민등록사업을 준비하는 등 바이오 인식 분야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5대양 6대주에 슈프리마 깃발을 꽂겠다”고 말했다.

성남=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