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0일 보도했다. EU가 미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하는 최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이 신문은 익명의 EU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가 미국과 FTA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맺기 위해 EU 회원국에 제안서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27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하면 내년 상반기 중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U와 미국은 작년 11월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공동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 연구팀은 지난 6월 발표한 잠정보고서에서 “양측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 쌍방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U는 미국과의 FTA 협상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경제구조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협상에 들어가기만 하면 체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중 협상을 시작해 2014년 타결한다는 목표다.

EU가 미국과 FTA를 서두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무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신흥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다자 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EU에 자극제가 됐다. TPPA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는 미국 호주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이다. 12월부터는 멕시코와 캐나다도 참여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EU 한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일본은 국내 정치 사정 등으로 계속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TPPA 협상에 참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긴 했지만 자국 내 반발을 의식, 아직 협상 참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