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금융사] 은행, 외형보다 내실 쌓아 저성장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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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높이고 여신관리 능력 향상…서민금융 등 공공성 강화 모델 개발
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가 그룹사 전체로 3조1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을 비롯해 은행마다 1조~2조원씩 순이익을 냈다.
그런데 최근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한 전임 은행 CEO는 “좋은 시절은 다 지났다”며 “후임 은행장에게 이런 시절의 은행을 물려줘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러는 걸까.
은행들은 일단 저성장으로 인한 구조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 폭은 고금리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꾸준한 내림세다. 2011년 전체 은행의 NIM 평균은 2.3%였는데 지난 1분기에는 2.18%, 2분기에는 2.13%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대개 0.4%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경기불황으로 대출의 건전성이 나빠졌다는 것도 부담이다. 7개 시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부도 확률이 높은 대출) 비율은 작년 말 1.29%에서 지난 6월 1.46%로 높아졌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연체율도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적인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추세도 있다. 자본건전성의 대폭 강화를 요구하는 바젤Ⅲ, 투자금융과 일반 소매금융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미국의 볼커룰 등이 그런 예다. 국내 은행들로서는 커 보기도 전에 각종 규제의 벽에 부딪혀 성장의 길을 찾기가 한층 힘들어진 상황이다.
지난 7월 터져나온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학력차별 논란 등은 은행 수익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CD금리 담합은 구체적인 증거가 나온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크게 강화했다. 이어 잇달아 터져 나온 금리체계에 대한 각종 비판은 공공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민간은행의 금리 결정권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자와 수수료라는 양대 수익축에서 모두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볼멘 소리를 하지만 그뿐이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2분기 이자이익은 9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0.8%) 감소했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은 4조8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84.7%) 급감했다. 고령화로 인해 자산운용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 스마트금융 확대로 은행 직원들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는 점 등도 종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위협이다.
그러나 위기는 또 기회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종전의 수익 위주, 공격적인 자산규모 확대 위주의 성장 전략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화려한 성장 대신 내실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투자설명회(IR)에서는 은행의 자산 성장이 주춤한 데 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여파를 받고 있는 해외 대형 금융회사들과 달리 건전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으로 배당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자본·외화건전성 및 여신관리 능력이 높아진 것도 은행들에는 기회다. 국내 은행의 해외 채권 발행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공성이 대폭 강화된 금융회사 모델을 정립하려는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앞다퉈 서민금융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우리금융지주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의 방식으로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국가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같이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기적인’ 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