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와 카드업계는 누가 더 힘들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위기에 빠져 있다. 일부는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보험업계의 경우 우선 싸늘한 여론이 부담이다. 금융권 탐욕 논란이 은행권을 거쳐 보험업계로 옮겨붙었다. 올 상반기엔 금융소비자연맹이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 수익률이 최저란 내용의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신뢰 하락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보험상품 판매가 매달 바닥을 쳤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 탓에 자산운용이 어려워져 역마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내년에는 세제 개편안이 생보사들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주력 상품인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사정도 나을 바가 없다. 가장 큰 걱정은 새로운 가맹점 수수료 체계 도입이다.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오는 12월22일 시행되면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이 2%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 같은 금융사업도 예전 같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규제 대책까지 나왔다. 마케팅비 사용에 대해서도 손이 묶인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생존을 위한 변화를 꾀하면서 비상경영을 통해 다각적인 수익성 강화 노력에 나서고 있다. 3월 결산법인인 보험업계는 이달부터 하반기 경영에 들어간다. 보험회사들은 먼저 투자 다변화에서 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채권이나 부동산 펀드, 사모펀드 등에도 눈을 돌려보겠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보험회사들은 ‘신뢰회복’이 근본적인 처방이란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보험상품의 ‘완전 판매’를 위해 설계사 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행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이미 전국 단위의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객 만족 방안을 찾으면서 현장 영업을 더욱 중시하는 한편, 관계사와 시너지 극대화에 매진하면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고객 관점에서 불합리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조기에 개선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6시그마’ 개선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카드도 고객에게 최단 시간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소비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국내 최초 음성인식 자동응답(ARS)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KB국민카드는 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경영진이 전국 영업점 현장 방문을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영업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업점장들과 의견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롯데카드도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현장중심의 영업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재길/박종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