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부는 9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한 조치를 예정대로 만기일(10월 31일)에 종료한다" 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금융, 외환 시장이 안정되고 거시경제 상황과 전망이 견고하다" 며 "일본 측에 통화스와프 요청을 연장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외 건정성 각종 지표가 1년 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10월 말 137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5일 83bp로 뚝 떨어졌다. 이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 채권의 수익률을 뜻하는 외평채가산금리도 같은 기간 121bp에서 61bp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두달 동안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일제히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표와 자신감이 아울러 높아진 상황인 만큼 이번 조치가 국내 금융, 외환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도 문제로 인한 국민 정서를 고려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두 달 가까이 걸린 게 이를 반증한다.
정부의 공식 발표처럼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의 결정이라면 두 달 동안 숙고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상황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결국 일본이 통화스와프 확대 연장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측 요청이 없을 경우 연장하지 않겠다" 며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자 적절한 시기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확대조치 만기가 가까워진 시점에 결론을 내린 것은 일본의 압박에 굴복하는 형식은 피하면서 일본에 대한 외교적 배려도 곁들였다는 평이다.
정부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등급 상승과 거시 건전성 안정에 따라 대규모 자본 유입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가톤급 위기에 직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달러 가뭄을 맞으면 한일 스와프 중 원/엔·달러로 체결된 300억 달러가 간절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의 협력 여지를 남겨뒀다. 양국은 이날 발표에서 "향후 양국 및 세계 경제 여건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 시 적절한 방법으로 협력해나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 고 명시했다.
더 큰 문제는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한·중·일 상호 국채투자 확대 결정에 따라 연내 한국 국채를 사들이기로 했던 방침을 지난 8월 유보했다. 이를 두고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급증세를 줄일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독도 사태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양국 경제부처 간에도 당분간 서먹해진 관계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틀이 3국 간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한중 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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