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재무조건을 갖춰야 공익성도 추구할 수 있다.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대 현안으로 삼아 이윤 창출 효과가 국민과 협력업체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사진)이 최근 확대 간부회의에서 임원들에게 강조한 메시지다. 지난 4년간의 적자 고리를 끊고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김 사장이 세운 목표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쌓인 누적 적자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원가 수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올 상반기 현재 누적 적자 규모는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의 근본 원인은 발전회사들로부터 비싼 가격에 전력을 구입, 손해를 보고 싼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현 전력거래시스템의 문제에 있다.

◆전기료 인상요인 흡수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전기료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정부는 한전의 계획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한전의 적자 구조는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거래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전은 위기 탈피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동시에 경영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비용 절감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경영 숨통을 틔운다는 전략이다.

한전은 지난 상반기 자체적으로 경영위기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초긴축 예산 운영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경영합리화 목표액도 연초 세운 규모보다 675억원 많은 1조2074억원으로 높여잡았다. 구체적으로는 엔지니어링 혁신, 구매조달 혁신 등 원가절감 5796억원과 부동산 임대, 누수수익 방지 등 수익창출 6278억원이다. 지난 8월까지 경영합리화 실적은 계획(9421억원) 대비 113.9% 초과 달성한 1조7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전은 배정된 예산을 회수해 매월 이익상황을 고려,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필요 예산만 재배정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본부별로 제도 개선과 이익개선 목표를 설정해 실행하고 있다.

◆상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한전은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에 따라 경영합리화 100대 실천과제를 정했다. 우선 수익창출 측면에선 자회사인 한전KPS 지분 5%인 225만주를 매각, 1100억원의 자금을 부채상환에 투입했다. 또 각 지역본부의 잔여공간을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력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송변전 건설사업 등 대규모 공사의 준공시기를 조정해 단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해 대규모 공사에 들어가는 투자비를 줄이고 있다.

김 사장은 상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경영합리화 작업을 이끌고 있다. 능력 위주의 승진제도를 도입하고 1004명의 해외사업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등 잠재 성장력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김 사장은“내부적으로는 관습적인 낭비제거, 금융비용 절감, 신규 수익 창출 등 전 직원이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