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사장 김재수·사진)는 농수산물 분야의 유통 혁신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성과가 남다른 해였다. 미개척 분야인 농수산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 올해 1조원 실적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역점을 뒀다.

aT는 2009년 1월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를 열었다. 복잡한 농산물 유통경로로 인한 과다한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같은 도매 유통업자 간에도 물량 이동이 자주 발생하는 등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계약 파기와 결제 불이행, 외상이라는 관행 등도 후진적 유통구조를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사이버 직거래는 산지 유통조직과 소비지 유통업체를 직접 잇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농수산물의 특성상 표준화나 규격화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aT는 단순한 농수산물 인터넷 쇼핑몰이 아닌 농수산물 B2B(기업간 전자상거래)B2C(일반쇼핑몰)식재료 전자조달(학교급식 등 단체급식)이 가능한 종합 e-마켓플레이스를 구상했다. 2009년 거래실적은 5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핵심거래 모델을 개발하고 우수상품을 발굴하는 한편, 판로를 다각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거래금액은 2010년 1755억원, 2011년 6255억원으로 급성장하더니 올해는 8월까지 7157억원을 기록했다. 올 연말에는 농수산물 전자상거래 실적이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소매유통업체와 외식업체, 식육점 등과 직거래 시스템을 여는 방식이다. 이들이 직거래시스템을 통하면 구매원가를 절감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저온 유통체계를 유지할 수 있어 신선도를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점포 내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과 연동해 간단하게 상품을 주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용 결제카드를 활용해 현금유동성도 높일 수 있다.

농수산물 공급업체에도 도움이 된다. 2.25~2.85%(카드수수료 포함)의 저렴한 거래수수료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aT 사이버거래소를 통하면 상품대금 조기 회수와 부실채권 방지가 가능해진다. 유통채널도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

aT는 사이버거래를 통해 소규모 골목슈퍼들이 우선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지 직구매로 5~10%의 구매원가를 절감하고 로컬푸드를 활용해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품종의 소량 구매도 가능해 다양한 상품 구색도 갖출 수 있다.

중소 외식업체들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원가를 지불하고도 양질의 식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직거래를 통해 대형 업체에 뒤지지 않는 구매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동네 식육점은 지육 대신 부분육으로 구매할 수 있어 부위별 재고 처리가 원활해진다.

배영훈 aT 사이버거래소장은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이 약한 것은 대부분 대형업체들에 비해 구매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면서 “직거래시스템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거래소는 2020년까지 농수산물 생산액의 10%를 담당하는 것이 목표다. 사이버거래가 늘어나면 유통비용을 절감,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