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내용은 추후 논의키로
은행감독 체계 등 현안 이견 못 좁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1개국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매매에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로 9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들 국가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금융거래세 도입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주식과 채권 거래에는 0.1%, 파생상품 거래에는 0.0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세금 규모와 거둔 세금의 활용 방안 등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논의를 통해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금융거래세 도입에 찬성한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 외에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이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EU 집행위원은 "우리는 11개 국가의 동의를 얻었다"며 "이는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한 규모"라고 말했다.

반면 안데르스 보르크 스웨덴 재무장관은 "금융거래세는 매우 위험한 세금이다.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금융거래세 도입 합의로 독일 정부는 국내 정치권의 압박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월 사회민주당(SPD)와 녹색당 등 야당에 신(新) 재정협약 비준과 유로안정화기구(ESM) 출범에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금융거래세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금융거래세는 애초 지난해 말 유로존 위기가 심화하자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EU 27개 모든 회원국 차원에서 도입을 추진했으나 영국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프랑스가 독자적인 도입을 선언했다.

프랑스는 지난 8월부터 프랑스에 본사가 있고 시가총액이 10억 유로 이상인 회사의 주식을 살 때 0.2%의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 은행연합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 중심의 단일 은행 감독 체계 마련에 대한 세부 방안이 논의됐으나 회원국들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프랑스는 유로존내 60개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감독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중소 은행들은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며 도입 시기도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 장관은 "현재의 상태가 해답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양질의 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스케줄 보다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셸 바니에르 금융담당 EU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연말까지 이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전면 구제 금융 신청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으나 스페인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특별한 결정은 없었다.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유로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 시장이 초점을 맞추는 모든 국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하기 마련"이라면서 재정위기국과 독일 등 재정 건전국과 국채금리 차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포르투갈의 긴축 이행 시한을 늦추는 것에 합의가 이뤄졌다.

포르투갈은 애초 내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기로 했으나, 내년에는 GDP의 4.5%로 줄이고, 2014년에 2.5%로 감축하기로 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