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일자리는 꿈을 깨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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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투자 없이는 일자리도 없어…경제민주화는 투자를 원천봉쇄
다음 정부선 실업자 넘쳐날 것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다음 정부선 실업자 넘쳐날 것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바보들은 일자리를 거꾸로 계산한다. 밭에 나가 작물의 뿌리를 한뼘씩 뽑아놓고 내가 키워놓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좌파 그룹이 주장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 일자리도 그런 경우다. 이들은 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두 개의 일자리는 결코 계산하지 않는다. 이 기만극은 현실을 슬쩍 들여다보기만 해도 알아챌 수 있다. 대기업 유리창 청소 일감을 은퇴자 몇 명이 포함된 노령화 사회적 기업에 넘기면서 몇 갠가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 지금의 계산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열심히 유리창을 닦아왔던 청소용역 회사가 밀려나는 것은 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고서에는 언제나 생겨난 쪽 일자리만 계산된다. 일감이 새로 생기지 않는다면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는다. 이것은 결코 달리 해석될 수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셈법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고 탁자 위에 지폐가 그냥 올려져 있을 수는 없다. 누군가 하고 있는 일을 대체할 뿐인 열악한 사회 일자리를 놓고 호들갑을 떨어보자는 것이 3류 정치인들이 구상하는 일자리 창출법이다. 양질의 ‘시장 일자리’를 없애면서 열악한 ‘사회 일자리’를 늘리자는 꼴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소풍 나간 돼지의 셈법을 겨우 벗어난다. 이는 청년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며 눈을 감고 휘두르는 칼춤이다. 지난주의 경제뉴스만 봐도 일자리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이 무려 53%에 이르렀다는 뉴스말이다. 전체 실업률도 25.1%다. 5년 전에 비해서도 4배나 높아졌다. 유로도 다르지 않다. 전체 실업률은 11.4%요, 청년실업률은 22.8%로 또 올라갔다.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70년대 초반 이후 거의 단 한번도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는 투자 호황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동안 나누어도 보고, 쪼개기도 하고, 근로시간을 줄였다 늘렸다, 정년을 줄였다 늘렸다 안 해본 시도가 없었다. 복지와 연결된 일자리를 수도 없이 만들어 본 뒤끝의 실업률이 53%다. 거품이 무너지고서야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정치적 수법은 잘해야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야바위와 같다.
일자리는 무조건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단 한개도 만들 수 없다. 공무원 한 자리 늘릴 때 민간 일자리는 승수적으로 줄어든다. 세금을 내서 그들을 먹여살리는 과정에서 투자(일감)는 위축되고 시장 일자리는 줄어든다. 바보들은 공무원도 세금을 낸다고 말할지 모른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유력 국회의원을 본 적도 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을 공무원으로 만들어 놓고 누가 그들을 먹여살리는지 보란말이다, 이 밥통아!
고용창출 능력이라는 것도 그렇다. 대기업은 고용을 안한다는 착각은 이런 얼빠진 생각들에 기초해 있다. 고용유발 계수가 높기로 따지면 모든 청년들을 농부로 만들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1억원의 지출로 세 명 이상을 고용하는 것이 농업이다. 식당 보조원이라면 고용 인원은 다시 두 배로 늘어난다. 정부 보조금을 약간 얹어주는 알바로 바꾸면 완전고용조차 가능하다. 정부 부채가 더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그런 속임수를 쓰면 된다. 그것조차 불가능해지면서 스페인 꼴이 되는 것이다. 자, 이번 대선에서 누가 속임수를 잘 쓰는지를 겨루자는 것인가.
경제민주화는 필연적으로 일자리를 파괴하게 된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없도록 도처에 지뢰밭을 만들자는 것이 횡령과 업무상 배임에 대한 엄중 처벌이며, 순환출자 금지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며, 집단소송제요 출자총액 규제다. 바로 이게 경제민주화다. 투자에 실패하면 배임이 되고, 경영 관리를 철저히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에 걸려든다. 순환출자나 출자총액 규제는 아예 일감 만들기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바보들은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가 많다고 질타한다. 어제 국회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투자하면 쥑인다!고 칼을 들고 서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능으로는 절망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일자리는 필시 줄어든다. 내일이면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설 것이다. 혹여 일자리가 생겨나더라도 열악한 사회 일자리들이다. 저 바보들은 질투심에 눈 멀어 쪽박마저 깨고 있다. 일자리 꿈은 일찌감치 깨는 것이 좋겠다.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