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가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고 PC나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D램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매출 비중이 높은 D램 가격의 상승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

8일 SK하이닉스는 1.94% 오른 2만3700원에 마감했고 삼성전자도 0.22% 상승한 137만3000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상승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데이터 저장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최근 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면서 반도체 재고 확보에 힘쓰고 있고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지난 7월 감산 발표로 공급이 줄었다. 반도체 가격정보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교보증권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64기가비트(MLC NAND 64G) 현물가격은 9월7일 3.68달러에서 이달 5일 4.45달러까지 상승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2012년 매출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 내외로 추정된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5 판매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4분기에도 꾸준할 것이고 7월 도시바의 감산 효과가 9월 이후 나타나고 있다”며 “11월까지는 낸드플래시 가격의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출 비중 높은 D램 가격이 관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상승 탄력을 받기 위해 중요한 것은 PC나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D램 가격의 상승이라는 의견이 많다. 낸드플래시보다 D램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D램 매출이 SK하이닉스의 2012년 예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이르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34% 정도로 추정된다.

일단 D램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는 진정되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반도체(2Gb DDR3) 가격은 5일 0.84달러로 9월7일(0.85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 PC업체들이 오는 26일 발매 예정인 윈도8을 적용한 신규 PC 생산을 준비하면서 D램 재고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 반등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윈도8이 출시되더라도 D램 가격의 추세적인 반등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윈도8이 출시되지만 모든 D램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며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은 PC 대신 태블릿PC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D램 중에서도 PC용 D램의 가격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기 때문에 PC용 D램 주력 업체와 아닌 업체 간 차별화가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는 PC용 D램 비중이 높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PC용 D램 비중은 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있지만 PC 수요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워낙 안 좋은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주가가 좋을 수 있지만 관건은 D램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사업 다변화로 D램 업황의 영향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예상 매출 35조원 중 13조원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가 차지할 정도로 다변화돼 있다”며 “낸드플래시나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에 주는 영향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