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투자 늘리겠다" 8.3% 뿐…위기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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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8주년 한경 긴급설문 - 30대 그룹 CEO에게 들어보니
"차기 정부 과제는 규제완화·감세" 76%
"기업인 특별대우 필요없다" 2명 중 1명
"차기 정부 과제는 규제완화·감세" 76%
"기업인 특별대우 필요없다" 2명 중 1명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72개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내년 투자를 늘리겠다는 CEO는 8.3%에 불과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CEO들은 대선과 맞물린 경제민주화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들이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축소 계획 40% 육박
내년도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금 축소’(33.3%)와 ‘대폭 축소’(4.2%) 등 줄이겠다는 답변이 40% 가까이 됐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54.2%였으며, ‘확대할 것’은 8.3%에 불과했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마저 반도체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할 만큼 어려운 경영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투자 감소는 곧 고용과 경제 성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현재 경기에 대해서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만큼은 아니지만 심각한 수준’(48.6%)이라는 응답이 절반가량 됐다. ‘외환위기만큼 어렵다’는 비율도 16.7%나 됐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몇몇 대표 기업을 뺀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CEO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불안’(73.6%)을 꼽았다. ‘경제 민주화 등 정치권 리스크’라고 답한 비율도 16.7%나 됐다. 연말 대선 이후 경영 상황에 대해서는 ‘선거와 관계없이 세계 경기 흐름 등에 좌우될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70.8%였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도 11.1%나 나왔다. 설문에 응한 한 CEO는 “글로벌 개방경제 하에서 정치 리스크는 제한적이겠지만 경제민주화 등의 파장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바른 기업관과 지원 필요
기업인으로서 새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는 ‘기업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기업관’(41.7%)과 ‘글로벌 경쟁에 도움이 되는 정부 지원’(45.8%)을 꼽았다. ‘반기업 정서 해소’라는 응답도 12.5%나 됐다.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이나 공생발전 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진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바람으로 해석된다.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는 ‘감세 등 장기성장 토대 마련’이라는 응답이 76.3%로 경제민주화(2.8%)나 복지 등 사회적 재분배(1.4%)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직까지 분배보다는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CEO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 가운데 경제 성장이나 민주화, 복지를 가장 잘 실행할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응답자 가운데에는 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별대우 원하지 않는다”
CEO들은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로 ‘기업인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한 처벌강화’(31.0%)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기업인이 법을 지키며 떳떳하게 경영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CEO는 “글로벌 기준에 맞추고 있어 엄정한 잣대를 갖다 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당국이 비위(非違) 기업인을 엄단하는 추세에 대해서도 ‘기업인이라고 특별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47.9%)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치 분위기에 휩쓸린 역차별’이라는 응답은 25.4%, ‘경제성장 공로를 감안해야’는 12.7%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